▲ 어고은 기자

전국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와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회장 김종철)가 파업사태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대화테이블에 앉았다. 노사는 사태 해결을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대리점연합회가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원청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둘러싼 논란도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회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 농성장에서 만났다. 노조가 지난해 12월28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첫 공식 만남이다. 노조는 이날 오전 “대리점연합회가 제안한 공식 대화 요청을 수용한다”며 오후 3시 본사 앞 농성장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전날 대리점연합회가 공식대화를 요구하며 시한을 이날까지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대화에는 노조쪽에서 진경호 위원장·김태완 수석부위원장·유성욱 CJ대한통운본부장을 비롯해 6명이, 대리점연합회쪽은 김종철 회장을 포함해 5명이 참석했다.

첫 대화는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양측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파업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도록 상호 노력하고, 대리점연합회가 노조 요구안을 검토한 뒤 대화를 속개하기로 합의했다. 김태완 수석부위원장은 “진경호 위원장이 아사단식에 돌입한 지 이날로 3일째여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만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대리점연합회와 대화를 통해 파업국면을 풀고 쟁점이 됐던 택배비 인상분 사용처 문제는 CJ대한통운택배 공동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일배송’ 문구 등이 담긴 부속합의서 독소조항 문제나 최근 대리점연합회가 쟁의권 없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부분은 모두 원청과 논의를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여서 CJ대한통운의 문제해결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은 대리점연합회와 노조의 공통된 시각이다. 진경호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원청에서 대리점과 노조 간 교섭을 환영하고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말뿐이 아닌 실질적 조치로 이어져 파업사태 해결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철 회장도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연합회가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정부와 CJ대한통운도 나서야 한다”며 “노조와 연합회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원청이 부담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쪽은 이날 “회사는 대리점과 택배노조의 대화를 전폭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본사 점거와 전날 곤지암허브터미널 운송방해 같은 명백한 불법과 폭력행위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CJ그룹의 변칙승계 및 사회적 합의 위반 바로 보기’ 토론회를 열었다.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주 70시간 이상 일하면서 과로사로 이어지는 참혹한 현실을 해결하고자 각 주체들이 모여 택배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했다”며 “그런데 CJ대한통운은 합의를 잘 지키고 있다면서 자료 공개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이행 과정에 이견이 있으면 당사자들이 모여서 검증하면 될 텐데 이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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