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촉구하며 12일째 본사 점거농성을 이어 온 전국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가 점거를 일부 해제했다.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과 관련해 검증을 하면 파업을 철회하겠다는 노조의 양보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CJ대한통운이 이번에는 대화테이블에 나올지 주목된다.

택배노동자대회 2천명 넘게 모여
본사 3층 점거 해제, 50여명 1층에 남아

택배노조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2천여명이 모였다. 진경호 위원장은 “CJ대한통운에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대승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오늘부로 3층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을 해제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점거한 지 11일 만이다.

노조는 일부 점거농성 해제로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약 100개 종교·시민·사회단체가 모인 ‘CJ대한통운택배 공동대책위원회’가 “사회적 합의 정신을 되살려 다시금 대화의 장을 열고 현재의 갈등을 해결할 것을 각 주체들에게 제안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대화테이블 마련을 위해 공동대책위원회가 노조에 일정한 양보를 부탁했고, 이를 수용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다만 본사 로비점거는 이어 나간다. 노조에 따르면 3층에는 150여명이, 1층에는 50~60명이 농성을 해 왔다. 택배노동자대회 직후 진경호 위원장은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했다. 진 위원장은 “(3층) 농성 해제가 CJ대한통운의 잘못된 판단 근거로 작동한다면 점거농성보다 훨씬 더 큰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아사단식과 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도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4개 택배사(우체국·롯데·한진·로젠택배) 연대파업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체 7천여명 조합원 가운데 쟁의권을 확보한 조합원은 CJ대한통운 1천700여명, 롯데·한진·로젠택배 소속 500~600여명이다.

사측 “불법점거 변함 없어 … 전면 퇴거 요구”

노조가 대화를 하자고 거듭 요구했지만 실제 대화가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CJ대한통운측이 “교섭 상대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본사 점거 과정에서 노조를 재물손괴와 영업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상태다. CJ대한통운은 “주출입구인 1층 로비에 대한 점거는 변동이 없어 전체 불법점거 상태는 변함이 없다”며 “1층 로비에 대한 불법점거 중단이 필수적인 만큼 택배노조의 전면적인 즉각 퇴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통합물류협회도 이날 “파업규모를 더욱 확대해 택배서비스를 중단시키고 국민의 택배를 볼모로 자신들의 명분 없는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며 “노조가 명분 없는 파업과 불법점거를 즉각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기화된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서라도 정부 중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사회적 합의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갈등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에서 대화 성사를 위해 적극 나서 주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CJ대한통운에도 “노조의 대화 요구에 답해 주기 바란다”며 “교섭이 아닌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대화테이블에 참석해 달라”고 촉구했다.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사회적 합의의 주체였던 한국소비자연맹·녹색소비자연대·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3개 단체가 국토교통부 장관 면담을 신청했다.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4개 진보정당도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대선 시기 택배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승리를 위해 모든 지원과 연대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쟁취하고 원청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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