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전국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가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촉구하며 본사 점거농성을 한 지 7일째인데 여전히 사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CJ대한통운이 노조의 대화 요구에 응하는 대신 언론을 통한 장외전을 하면서 사회적 합의 이행 논의는 실종되고 진실공방만 계속되고 있다. 노조 파업이 51일째를 맞은 상황에서 시민사회에서는 “정부·여당이 책임지고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 “17일까지 대화요구 답변 달라”
경제단체 “불법점거 엄정한 법 집행해야”

택배노조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회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 “대화에 나서라”고 외쳤다. 노조는 CJ그룹 직원에게 이재현 회장 면담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노조는 해당 서한에서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가 돈벌이 수단이 돼 무력화되는 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이재현 회장은 더 늦기 전에 파업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17일까지 대화 개최에 대한 공식답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이커머스 부문 대표는 ‘대리점장·택배기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택배노조는 일방적인 주장, 악의적인 왜곡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현장에서는 쟁의행위를 빌미로 한 지연배송, 선택적 배송거부, 토요 배송거부와 각종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측은 사회적 합의를 잘 이행하고 있다며 대화를 하자는 노조 요구에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날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현장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별 형사고소 및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물론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계약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도 노조의 본사점거가 불법행위라며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경총 등 경제 5단체는 “노조의 불법행위가 명백하고 국민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더 이상 공권력 작동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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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수고용직 노동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한 쟁점 논의는 실종된 채 강대강 대치국면만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중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참여연대·한국비정규노동센터·녹색소비자연대·청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 이행 사항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점검해야 할 정부와 국회는 선거를 핑계로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택배사가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나 시스템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시장장악과 이윤창출에만 골몰해 왔고 그 결과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로 이어진 것”이라며 “정부는 노사문제가 아니라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이 사태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조에 따르면 시민·사회단체는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과 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할 계획이다. 사회적 합의에 참여했던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국토교통부 장관 면담을 요구한다. 택배비 인상분 배분 문제는 ‘노사문제’라며 뒷짐을 지고 있는 정부에 사태 해결과 사회적 합의기구 재가동을 촉구하는 취지다. 이 같은 내용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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