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행정법원이 최근 성과상여금을 균등분배한 교사에게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내린 학교법인 동진학원에 징계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교사의 성과상여금 균등분배는 법령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서라벌고 교사 ㄱ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사건은 201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진학원이 운영하는 서라벌고에서 근무하는 교사 ㄱ씨는 성과상여금을 받은 같은달 28일 동료 교사들에게 “성과상여금을 반납하면 예년처럼 이를 균등하게 분배해 돌려주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동진학원쪽은 이런 성과상여금 균등분배는 국가공무원법 56조 성실의 의무와 사립학교법 61조1항1호 교원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듬해 8월26일 정직 3개월 처분을 통보했다. 이후 ㄱ씨가 같은해 9월 정직처분 취소 소청심사를 청구하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월13일 징계사유는 인정하되 양정은 과중하다고 보고 기간을 1개월로 변경해 통보했다. ㄱ씨는 이 역시 징계사유가 없다고 보고 같은해 4월19일 서울행정법원에 교원소청심사위 결정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교사 보수는 공무원법 준용, 재배분 언급 없어

재판부는 ㄱ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원(교사)의 재배분(균등분배)을 금지하는 법령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며 “ㄱ씨의 재배분 행위는 징계사유를 구성하는 법령 위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근거는 국가공무원법이다. 동진학원과 교원소청심사위가 징계 근거로 든 국가공무원법은 성과상여금 균등분배를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방공무원법의 하위법령인 지방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은 재배분행위를 성과상여금 부정지급으로 보고 있지만 교사는 교육공무원으로 보수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을 따른다는 것이다.

법원은 또 “성과상여금 제도의 취지에 따라 차등 지급된 성과상여금을 사후에 균등배분하는 것으로 제도의 정상적 운용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이미 지급받은 성과상여금을 대상으로 실행하는 것인 이상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거나 부정하게 지급받은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교육개발원 “교육과 성과 비례 보상원칙은 상충”

교사에 대한 성과상여금 제도는 2001년 도입했다. 그러나 교육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거나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개선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성과가 드러날 수 없는 교육에 성과를 측정해 경쟁과 불신을 조장하는 제도”라며 “교육 공동체를 파괴하는 성과상여금에 반대하고 교사 공동체를 복원·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교육계 일각의 균등분배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 성과상여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제 국책연구기관에서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12월31일 펴낸 ‘학교자치의 관점에서 교원정책의 쟁점 및 과제’ 보고서에서 성과상여금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교육의 특수성인 성과의 비가시성과 결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 점, 교육이 복합적인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 교사 각자마다 교육의 성과에 대해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은 성과급제(성과상여금)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며 “교육의 특수한 성격과 성과급 운영의 전제조건(성과에 비례한 보상) 간에는 조화될 수 없는 상충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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