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이주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2018년 10월21일 오후 정부의 불법체류 단속을 피하다 추락해 숨진 고 딴저테이씨를 추모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주노조>

정부의 단속을 피하다가 추락해 숨진 미등록 이주노동자 ‘딴저테이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국가배상을 인정하면서도 책임 범위를 10%로 제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법원은 단속 사실을 예상할 수 있는데도 무리하게 도주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법 민사94단독(박세영 판사)은 미얀마 노동자 고 딴저테이(사망 당시 26세)씨의 아버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딴저테이씨 아버지측과 정부는 1심 직후 항소한 상태다.

출입국사무소 단속 피하다 지하로 추락
추락 알고도 다른 노동자 단속 계속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씨는 2013년 3월 비전문취업비자로 입국해 생활하던 중 2018년 2월께 비자만료로 미등록 체류자가 됐다. 딴저테이씨는 이후에도 2018년 7월부터 김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철근공으로 근무했다.

이런 정황을 포착한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단속반은 한 달 뒤 이주노동자 70여명이 식사 중이던 공사현장의 식당에 들이닥쳤다. 딴저테이씨는 단속을 피하려고 식당 창문을 통해 빠져나갔고, 비계를 넘어 공사현장 밖으로 탈출하다 7.5미터 아래 지하로 추락했다. 그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사상태에 빠졌다. 결국 18일 뒤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딴저테이씨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일었다. 1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사고 책임자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듬해 2월 관계자 징계를 권고했지만, 법무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딴저테이씨 아버지는 정부가 아들 사망에 책임이 있다며 2018년 10월 민사소송을 냈다.

법원은 3년간의 심리 끝에 “단속반원들이 법령을 위반해 무리한 단속을 벌였다”며 국가가 딴저테이씨의 사망에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단속 시점이 점심시간이라 관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식당 관계자에게만 단속 사실을 고지했다는 것이다. 이어 “딴저테이씨가 추락한 것을 인지하고도 다른 근로자들 단속을 계속하는 데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원 ‘단속 자초’ 이유로 국가책임 10%
노동계 “국가 소득 따라 생명 가치 따지나”

그러면서도 딴저테이씨가 무리하게 도주를 시도하다가 추락을 자초했다며 국가의 책임을 10%로 제한했다. 박 판사는 “딴저테이씨가 도주를 하더라도 비계를 넘어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행동 대신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다”며 “불법체류자로서 단속의 계기를 스스로 제공한 것과 다름없고, 단속반원이 무리한 신체접촉을 시도하거나 직접적인 강제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판사는 딴저테이씨와 아버지가 받을 위자료를 각각 100만원과 60만원으로 정했다. 미얀마의 국민소득(1인당 1천144달러)과 우리나라의 국민소득(1인당 2만5천167달러)의 차이를 반영해 정한 금액이다. 딴저테이씨 아버지가 약 2억5천만원의 합의금과 재해보험금을 이미 받은 점도 고려됐다.

이에 무리한 단속에 생명을 잃었는데도 지나치게 배상 범위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족을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단속이 적법절차 및 생명권 존중 등의 기본권에 반해 이뤄졌다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도 “소득 수준이 낮은 미얀마인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와 비교해 현저히 적은 위자료를 인정한 점은 인간의 생명 가치를 각국의 소득 수준에 비례해 산정했으므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 탓에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것이므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100% 책임이 있다”며 “대한민국 영토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당연히 한국 기준의 소득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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