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최나영 기자

 

근로복지공단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정부 단속을 피하다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기로 했다. 법원에서 2006년 이 같은 취지의 판결이 처음 나온 이후 13년 만에 공단이 지침을 변경한 것이다.

공단은 '불법체류자 단속 피신 중 발생한 사고의 업무처리요령'을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업무처리요령에 따르면 불법체류로 취업상태인 외국인 노동자가 출입국·외국인청(옛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피신(도피)하던 중 발생한 사고 가운데 △사업주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임을 인지하고 △단속시 적극적인 도주 지시로 사고가 발생했으며 △일련의 행위가 업무수행과 관련이 있을 경우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한다. 이주노동자의 피신 행위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판단되면 산업재해보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피신 과정에서 타인의 차량을 탈취하거나 단속반에 대항(폭력행사)하는 과정에서 재해를 입은 경우,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고의나 자해 또는 범죄행위·사적행위로 인한 경우는 산재를 불인정한다는 방침이다.

공단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다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밝혔다. 출입국·외국인청 소속 공무원이 적법한 절차로 공무수행 중에 발생했다는 이유다. 이번 지침은 지난 9일부터 적용됐다. 현재 처리 중인 사건이나 이의제기건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고 딴저테이씨도 산재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지난해 8월22일 경기도 김포의 건설현장에서 불법체류 단속을 피하다 추락해 사망한 미얀마 노동자 고 딴저테이씨의 경우 현재 유족들이 산재불승인 판정을 내린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 중이다. 유족들이 공단에 다시 산재보상을 신청하면 새로운 지침에 따라 산재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지 않고 토끼몰이식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부족하나마 공단이 지침을 바꿔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겠다고 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단속을 피하다가 목숨을 잃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9명이고, 77명은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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