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스티븐 키퍼 지엠 본사 수석부사장의 산업은행 방문을 앞두고 노동계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금속노조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서는 전기차 신차 배정이나 불법파견 노동자 신규채용 대가로 정부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노동계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한국지엠은 2018년에도 경영정상화를 약속하며 산업은행에서 8천100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12월 말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 노동자 585명을 해고했다. 당시 해고된 이영수 부평비정규직지회 비대위원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참 절묘하게 한국지엠이 일자리를 가지고 정부를 협박해 국민 혈세를 뜯어갔다”며 “이번에도 99%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2018년과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영수 비대위원장은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와 대법원에 계류된 불법파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논란은 2005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한국지엠이 6개 하청업체 노동자 848명을 불법파견했다고 봤다. 노동부는 2018년에도 부평·창원공장 하청업체 노동자 1천608명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이로 인해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불법파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전기차를 받고 싶으면 이런 것 정도는 협조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며 “노동자들 상대로도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거나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이 부담된다’ 같은 협박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키퍼 수석부사장의 방한에 전기차 신차 배정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한국지엠 공급업체 중 전기차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하나도 없다”며 “전기차 배정을 요구할 경우 한국지엠이 한국에서 공급망을 만들기 어렵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이번에 별다른 요구 없이 가더라도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오든지 할 것”이라며 “선거를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