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GM)가 한국지엠 부도 가능성을 언급하며 노동자들에게 임금·단체교섭 타결을 압박했다. 노동계는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배리 엥글 지엠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6일 방한해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도부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엥글 사장은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자구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음달 20일까지 지부와 한국지엠의 임단협이 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부도 신청이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부는 최근 교섭에서 기본급을 동결하고, 지난해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도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지엠은 여기에 더해 기존에 제공하던 복지를 삭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엥글 사장 부도 언급에는 복합적인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 화살은 지부와 한국 정부 모두에게 향해 있다. 지부가 추가적인 양보를 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손을 털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부와 한국지엠은 이달 21일 임단협 6차 교섭에 나섰지만 성과 없이 종료됐다. 지부는 회사가 예고한 군산공장 폐쇄 계획을 철회할 경우 회사 요구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복지 삭감이 이뤄지고, 정부의 자금지원이 결정된 이후 지부 요구안을 재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지엠이 군산공장 폐쇄 입장에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양측은 교섭일정도 잡지 못했다. 지부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이날 투쟁지침 3호에서 28일부터 군산공장 정규직 조합원들이 상경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부 전·현직 대표자들은 27일부터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외부 회계법인에 실사를 맡길 게 아니라 금감원이 직접 한국지엠 재무실사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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