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 금융·공공부문 노동자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주간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국회 앞에서 대정부투쟁을 진행했다. 투쟁은 계속 이어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 철회를 비롯해 △노동이사제 도입 △사내대출 혁신지침 철회 △임금체계 개편 중단 △임금피크제 폐지 △경영평가 제도 개선요구를 지속한다.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었던 금융·공공노동자들이 묵혔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정책 실패를 금융·공공기관에 전가하면서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행태가 원인이다. <매일노동뉴스>는 금융·공공부문 노동자 대정부투쟁을 이끄는 공공노련과 공공연맹·금융노조(가나다 순) 대표자 인터뷰 마지막 순서로 2일 오후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49·사진)을 서울 중구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국민 12대 88로 구분하는 홍남기 부총리
거리 투쟁 이어 가며 대국회 압박도 강화

- 대정부투쟁이 막바지다. 이후 계획을 말씀해 달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기자회견을 하고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하는 데도 어려움이 컸다. 그나마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진행한 기재부 규탄 집회는 49명 이하로 추진하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국회 앞에 투쟁본부를 설치하고 투쟁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집회로 의지를 전달하는 것과 함께 실질적 성과를 쟁취하기 위한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 국회와 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지금까지의 투쟁은 의지를 모아 드러내는 것이었고, 성과를 내기 위한 국회 압박 같은 부분을 강화하기로 다른 대표자들과 만나 협의했다. 모든 대표자가 한꺼번에 모여 움직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우리도 좀 더 힘을 내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책당국과 만나 우리의 현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 대정부투쟁의 창끝은 기재부를 겨냥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들도 대답을 내놓아야 하는 사항이라고 본다. 기재부의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마치 자신만이 나라의 곳간을 걱정하는 애국주의자인 체한다. 그 결과 국민을 12대 88로 나눠 차별한다. 분단국가인 것도 서러운데 경제부총리가 국민을 나누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IBK기업은행, 그리고 최근 한국수출입은행까지 금융노조가 추진한 노조추천이사제에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도 홍남기 부총리다. 전 금융위원장까지 동의한 국책은행 희망퇴직도 쐐기를 박은 게 그다. 당초 투쟁 준비 상황에서 투쟁 명칭을 ‘홍남기 퇴진, 기재부 해체’로 제안하기도 했을 정도다. 각종 경제정책과 공공기관 정책에서도 딴죽을 걸고 있다.”

사모펀드 규제완화 정책실패 책임 안 지는 정부
“노동이사제 도입 요구, 말하면 입 아플 정도”

- 기재부 전횡은 국가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는 형태로 드러난다고 비판한다.
“LH 사태가 그 전형이다. 많은 전문가가 다수 의견으로 LH 쪼개기안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듣지 않는다. 분노가 치민다. 결국 해체했다가 다시 통합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런 행태는 정부기관이 유사하다. 금융위원회를 보라. 2015년 사모펀드 투자 금액 요건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게 금융위다. 그 이후 천문학적인 금융사고가 났는데 금융위 어느 누가 책임을 졌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되레 각종 기관장을 꿰차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 지겹게 봐 오지 않았나.”

- 그런 경향이 최근 더욱 강화했다고 보나.
“맞다. 주요 정당이 대선 경선의 막을 올린 지금은 권력 교체의 초입이다. 미묘한 상황이다. 지금의 여야 구조가 유지될지 뒤바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절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진공 상태가 된 권력을 잡아 가는 모습이다. LH 쪼개기, 사내대출 일방 추진, 노동이사제와 임금피크제 몽니 같은 게 전횡의 단면이다. 경계해야 한다.”

- 임금피크제와 노동이사제, 노조 입장에선 할 만큼 했다고 말할 만하다.
“더 말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지금 금융·공공기관 낙하산이 얼마나 심각한가. 대국민 공공서비스를 하면서 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하는 곳이 금융·공공기관이다. 상법상 주식회사와는 엄연히 다르다. 앞선 정권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망가진 공공기관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이런 것을 견제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할 유일한 대안이 현재로서는 노동이사제다. 이걸 왜 안 하겠다는 것인가. 임금피크제도 그렇다. 현장 세대갈등의 원흉이 임금피크제다. 기재부가 예산을 통제하는 가운데 젊은 세대와 장년층이 인건비를 갖고 내부적으로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도를 임금피크제가 만들었다. 폐지할 시점이 됐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그런 임금피크제의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국책은행노조가 희망퇴직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고,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도 찬성했는데 홍남기 부총리가 반대해 진척이 없다. 정말 큰 분노를 느낀다.”

- 바람직한 기재부 개편방향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우선 기재부가 예산을 수립하면서 동시에 거시경제 정책을 관할하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 다수 전문가들이 분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일리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비롯해 금융·공공기관의 인사와 예산, 평가기능을 모두 기재부 산하에 두는 건 심각한 문제다. 떡 주무르듯 기재부가 군림하고 있는데 이를 국무총리 산하로 옮기는 논의도 있는 만큼 기재부에서 떼어 낼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체계도 금융위 아래 금융감독원을 두는 형태에 비판이 있는 만큼 고민을 해 봐야 한다. 금융감독원 감독기능 가운데 건전성과 영업행위 감독부문을 따로 분리하는 체계도 타당성이 있다. 이런 내용을 차기 대선주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고민해 공약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코로나19 마스크 한 장으로 버틴 금융노동자
약속 이행 않고 노고 인정 않는 태도 판박이

- 공공노동자와 연대하면서 동시에 금융노동자 교섭도 진행 중이다.
“맞다.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분노한 이유가 뭐였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그 노고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대로 일할 환경조차 만들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노동자들은 코로나19 확산 가운데 경제방역을 해 왔다. 적시에 돈이 흐를 수 있도록 하고 여러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그리고 지원이 필요한 곳에 신속한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수가 집계되지 않았을 뿐 금융권 곳곳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고객으로부터 감염, 동료로부터 감염, 내 스스로가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경제의 혈맥을 지켰다. 그러나 사용자쪽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누린다면서도 이런 노동자의 피와 땀을 외면하고 있다.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 현장을 지켰던 노력을 평가절하한다. 산별노조 위원장으로서 좌시할 수 없다.”

- 교섭은 얼마나 진척됐나.
“최근 교섭을 재개했지만 사용자쪽의 인식수준이 너무 낮아 분노가 일 정도였다. 금융노조는 10일 온·오프라인 결의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결의대회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있는 은행회관 앞에서 한다. 각 지부 대표자가 속한 기관의 본사 소재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동시 집회도 진행할 것이다. 전국의 금융사업장 7천곳에서 동시에 7천개의 피켓을 드는 7천 금융사업장 동시 1인 시위도 기획하고 있다. 더 구체적인 계획은 대표자회의 등을 진행하면서 결정해 발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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