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코지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노동자들의 경영참여 시도가 또다시 좌절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책금융기관 노동자들의 다섯 번째 도전 실패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허망하게 됐다. 더군다나 정부는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협력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의지 없음”이 단적으로 드러났다며 반발했다.

12일 금융노조 캠코지부(위원장 김승태)에 따르면 캠코는 8일 주주총회를 열고 비상임이사 후보 3명 가운데 이아무개(57) 이사후보를 비상임이사로 선임했다. 캠코는 지난달 2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사후보 8명 가운데 3명을 추렸다. 기타공공기관인 캠코는 주주총회를 열고 비상임이사를 최종 인선한다. 캠코 지분의 60.93%를 기획재정부가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기재부만 결단하면 선임이 가능하지만 끝내 무산했다.

지난해 경사노위 “실력 있는 인사 추천하면 선임 협력”

캠코의 이번 노조추천이사 도입 시도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성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지난해 기재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에서 노동자 경영참여 필요성에 공감하고 국회에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 처리를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실력이 검증된 인사를 노조가 추천하면 공공기관 자율로 선임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캠코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한 기재부가 사회적 합의 당사자다 보니 기대감이 컸다. 지부는 “오직 실력으로 경쟁하겠다”며 선임 과정에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다.

후보에 대한 자신도 있었다. 지부가 추천한 이사는 국책은행 본부장과 민간 금융회사 경영이사를 두루 경험하고, 대학 교수로도 활동한 인사다. 노조위원장 경력도 있어 노동이사제 도입 전 노조추천이사로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실제 1차 심사 과정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주주총회에 추천됐다.

반면 이번에 이사로 선임된 후보는 금융계 경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부는 “약력상 새로 선임된 후보는 전공도 금융권과 판이할 뿐 아니라 국회 보좌진과 지역정치 경험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후보”라며 “인물의 전문성을 다툰다고 해 기대감을 가졌는데 난데없이 낙하산에 가까운 인사를 선임했다”고 허탈해했다.

1차 심사 과정에서 “국회 출신 낙하산” 우려 현실로

이런 기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차 심사 과정에서 국회 보좌관 경력을 가진 특정 인사가 이사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문을 듣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부는 지난달 29일 정부에 경사노위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낙하산 인사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부는 지난해에도 비상임이사 5명을 새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사후보를 추천하기도 했다. 1년 새 두 차례나 고배를 마신 것이다. 금융권 전체로 넓혀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4월 금융위원회는 IBK기업은행 노사와 국회·정부·청와대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합의했음에도 노조가 추천한 이사후보를 반려하고 재계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했다. 기업은행 노동자들은 2019년에도 이사후보를 추천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해 한 차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실패했다. 수출입은행지부는 올해 다시 이사후보를 추천했다. 현재 다른 후보가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공공부문이 모범사용자 역할을 하지 못해서일까, 민간금융기관 벽은 높기만 하다. KB국민은행에서는 노조가 2017년부터 매년 이사후보를 추천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네 번의 도전 모두 실패했다.

송영길 대표 “노력하겠다” 약속도 했는데

정부뿐만 아니라 여당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노동계와 만나는 자리마다 노동이사제 도입에 노력하겠다고 밝혀 왔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금융노조와 정책협약을 맺고 낙하산 인사 근절과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했다. 국회에도 이미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4건이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잇따르는 노동이사제 입법 요구에 재계와 야당의 반발을 이유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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