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노조

노동자 2천명을 감축하고 기능과 조직을 쪼개는 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이 이달 말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제출될 전망이다. LH는 이미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할 기능과 관련한 부서 인력을 줄이는 등 사전작업에 나섰다. LH노조는 “진행 중인 업무에서 벌써부터 인력을 줄여 사업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25일 LH노조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30일 공공기관운영위를 열고 인력감축과 기능·조직 개편을 뼈대로 하는 LH 혁신안건을 심의한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 개최 예정 여부나 안건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 “LH 혁신안 이제 와서 못 바꾼다”
인력 구조조정은 강행 가능성 시사

LH 혁신안이 공공기관운영위 안건으로 오르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공기관운영위는 지난달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9차 회의를 열고 LH 혁신안 후속조치 계획을 보고했다. 당시 LH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몇 개월간의 협의를 거친 것으로 지금 변경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2천명 구조조정과 직무급제 도입, 경영평가 성과급 환수를 비롯해 비핵심사업의 국토부·지자체 이관과 핵심기능 분사 같은 혁신안 내용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인력 구조조정이 더욱 속도를 낼 여지도 있다. LH노조는 “인력감축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던 혁신안 발표 당시와 달리 일괄 감축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안다”며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정책 동력을 떨어뜨릴 게 불을 보듯 뻔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당초 정부는 인력을 명예퇴직·희망퇴직을 활용해 연차적·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혁신안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실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기능개편을 통해 감축하는 인원을 제외하고 주거복지·주택·토지 부문 인력이 얼마나 줄어들지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감축 대상과 인원도 널뛰기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2급 이상 상위직 20%를 감축한다고 밝혔다. 106명이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2급 이상 상위직을 160명 줄이겠다고 입장을 바꿔 통보했다. 노조는 “주먹구구식 인원감축안”이라고 비판했다.

인력을 감축하기로 하면서 2·4 부동산대책이나 3기 신도시 사업의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조는 “부동산 정책과 사전청약 같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LH가 주도적으로 수행하면서 지금도 인력이 부족한 실정인데 정원을 더 줄이면 정책수행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반발했다.

LH 부동산 정책 사업비 30조원 넘는데
인력은 줄여 사업 진행 원활할지 우려

현재 LH는 부동산 정책 관련 사업에 상당한 사업비를 배정받은 상황이다. 최근 5년간 평균 15조원이던 관련 사업비는 올해 34조원이 책정됐다. 향후 5년간 사업비는 평균 37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면서도 실제 사업을 할 인원은 줄이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한편 조직개편안은 이번 공공기관운영위 안건에 포함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두 차례 개최한 공청회에서 참가한 전문가 패널이 정부가 선호하는 조직개편안에 우려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정부는 LH를 주거복지 부문 모회사와 주택·토지부문 자회사로 수직분할하는 안을 사실상 정부안으로 낙점했다. 그러나 18일 열린 2차 공청회에서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정부가 왜 LH 조직을 개편해야 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 개편안은 LH 조직의 견제와 균형을 강화할 방안이 전혀 아니다”고 비판했다.

국회도 비판론에 힘을 보탰다. 2차 공청회를 개최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해체 수준의 개편안이라는 이야기에 매몰돼 날짜에 쫓겨 이 같은 안을 만든 것 같은데 LH 조직개편은 정밀한 수술하듯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당 홍기원 의원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며 “수직이든 수평이든 나누는 것만 아니라 기존 조직을 두고 잘 할 수 있는 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