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 전문가들이 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을 “비전이 없고, 졸속적”이라고 비판했다.

대한건축학회와 한국건축정책학회를 비롯해 한국주거학회·한국도시설계학회·한국주택학회·한국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건축학회건축센터에서 ‘국민을 위한 LH 혁신방안 모색’ 연합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기된 지적 중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혁신의 비전이 없다는 점이다. 이명식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회장(동국대 건축공학 교수)는 “LH 혁신 필요성과 목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 혁신안 가운데 LH를 분사하는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명식 회장은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LH로 통합 설립할 당시 두 기관의 업무중복을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는데 이들을 다시 분리할 때 발생할 업무중복을 극복할 수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6월7일 LH 분사를 뼈대로 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주거복지와 주택부문을 토지부문과 분리한 1안, 주거복지부문과 토지·주택부문을 분리한 2안, 주거복지를 모회사로 두고 토지·주택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내는 3안이다. 정부는 3안에 방점을 두고 혁신안 처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히 3안에 부정적이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 중간결과를 보면 토지·주택 분야 교수와 전문가 65명 가운데 3안 방식의 분사에 찬성한 비율은 2명(3%)에 불과했다. 분사안 자체에 반대하는 전문가는 51명(78.5%)다. 전문가 5명 중 4명은 LH 분사에 공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분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용철 소장은 “주거복지 관련 환경변화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업무와 정책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는데 분리가 타당하냐는 것”이라며 “주거복지와 토지, 주택 업무의 연계가 필요하고 조직도 프로세스를 구축한 상황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단절해 엄청난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정부에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지규현 한국주택학회 회장(한양사이버대 교수)은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인한 국민의 공분에서 문제가 출발했더라도 중앙정부가 주거복지와 토지·주택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입장이나 철학을 분명히 하지 않고 LH 분사 문제로 국한해 다루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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