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10년차 가수 김세림(56)씨는 꽃피는 봄날이 애달프다. 예년 같았으면 동네마다 축제가 한창이고, 무대에서 노래를 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저 마스크만 쓰고 있을 뿐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대에 선 횟수가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했다.

“가장 끔찍한 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리 같은 사람들도 살아갈 수 있게 버팀목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자꾸만 무너지는 느낌이 드니 견딜 수가 없네요.”

23일 오전 국회 정문 앞. ‘우리는 노래하는 대한민국 노동자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펼쳐졌다. 김세림씨가 속한 한국방송가수노조(위원장 이환호)와 한국노총 서울본부(의장 김기철)가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재난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에는 서울지역 대중문화예술 노동자 500여명이 가입해 있다. 주로 노래를 업으로 사는 이들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이들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기관이나 단체가 행사를 열면 그때마다 출연계약을 맺고 행사가 끝나면 계약이 종료되는 단발성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행사가 열리지 못하면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정부는 지금까지 세 차례 프리랜서들에게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이들은 소득증빙이 어려워 수급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김기철 의장은 “정부가 순수음악이나 국악·뮤지컬에는 수백 억원을 지원했지만 대중문화예술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편협한 기준과 차별적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공연업계는 ‘객석 거리 두기’로 지난해 매출이 2019년 대비 91% 감소했다. 대중문화업계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약 600건의 공연이 취소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1천572억원을 투입해 공연·콘텐츠·관광·실내체육시설 일자리 유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만명 가까운 종사자가 있는 대중음악공연 지원 대상은 2천명(228억원)에 불과하다.

이환호 위원장은 “소득증빙이 어려운 대중문화예술인도 정부의 긴급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가수들이 출연할 수 있는 비대면 무대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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