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정동 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위기진단 및 회생방안 토론회에서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이 발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2일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자동차 지원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 논란이다. 이 회장은 “두 가지 전제조건이 제시되지 않으면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쟁의행위 중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이라는 전제조건을 내세웠다. 지원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계에서는 쌍용차가 처한 위기는 “노사관계 개선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외투기업 특수성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년 만에 다시금 생사기로에 서게 된 쌍용차를 살리는 길에는 노사뿐만 아니라 대주주와 정부 모두 책임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쌍용차는 만성적 적자에 놓인 상태다. 2017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 경쟁이 심화하며 내·외수 실적이 모두 악화했기 때문이다. 티볼리 이후 신차 출시도 이뤄지지 않아 판매부진 악순환에 빠졌다.

코로나19 위기도 더해졌다. 마힌드라가 결국 손을 떼기로 하면서 미국계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등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21일 법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동시에 신청하며 다음달 28일까지 시간을 벌어둔 상태다. 금속노조는 13일 오후 서울 정동 노조 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쌍용차가 처한 위기를 진단하고 회생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주주·투자처·정부 서로 책임 회피”

쌍용차 적자 원인은 인건비가 아닌 재료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쌍용차 제무제표상 매출액 대비 원재료투입 및 상품매입액 비율은 2018년 1~3분기 68.18%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72.48%로 4.30%포인트 증가해 2년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매출액 대비 종업원 급여의 경우 15.21%에서 16.14%로 0.93%포인트 늘어났고, 감가상각비는 매출액 대비 4%에서 5.51%로 1.51%포인트 증가해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료비 절감 필요성은 마힌드라도 공감하고 있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해 1월 임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신규 수출시장 발굴 등 판매물량 증대 △재료비 절감 △인건비 등 고정비용 절감 △포드-마힌드라-쌍용차 전략적 제휴 △마힌드라 이사회와 산업은행 자금지원을 통한 흑자전환 계획을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계획에서 실제 이행된 것은 인건비 절감뿐이라는 점이다. 쌍용차노조는 2019년 자구노력 일환으로 복지혜택을 중단하고 성과급을 반납했다. 지난해 임단협에서는 임금을 동결했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노조의 비용절감 자구안 외에는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투자처의 미래발전 계획, 정부 지원 등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책임 있는 주체들이 조건만 내세우며 협상이 지체되고 있는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쌍용차는 회생하기 어려워지며 그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사정·전문가 참여 외투기업 대책위 필요”

쌍용차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외투기업 특성과 연관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외투기업 노사관계는 본사 경영전략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글로벌자본의 무분별한 수익지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문호 소장은 “자신의 이익만 취하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철수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사관계가 좋아도 소용이 없다”며 “외투자본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노사정 대표와 전문가로 구성된 외투기업 대책위원회를 시급히 발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의 SUV 경쟁력을 봤을 때 신차개발과 수출 판매망 확보를 위한 지원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땜질식 처방이 아닌 쌍용차·한국지엠·르노삼성 같은 외국계 완성차업체 판매네트워크 협력방안 지원 등 한국자동차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