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게이츠와 한국산연 등 금속노조 소속 해고·폐업, 노조파괴 사업장 노동자들이 7일 오전 국회 앞에서 철저한 국정감사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코로나19를 핑계로 한국에서 철수하는 외국인투자기업이 늘어나면서 ‘먹튀’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는 7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년간 흑자경영을 이어 온 한국게이츠가 중국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수입하겠다며 한국공장을 폐쇄했고, 수출자유기업지구에 들어와 이윤을 뽑아 간 일본 산켄전기는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한국산연 공장 폐업을 단행했다”며 “국회가 코로나19 위기에 편승해 폐업한 사업장을 철저히 감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게이츠 147명·한국산연 40여명 해고

대구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 한국게이츠는 6월26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제조시설을 폐쇄해 전 직원 147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게이츠는 미국게이츠가 51%, 일본 니타가 29% 지분을 소유한 합자회사다. 경남 창원에서 LED 조명을 생산하는 한국산연도 모회사 일본 산켄전기가 한국사업 철수의사를 밝혀 직원 40여명이 해고될 처지에 놓여 있다.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지회장 채붕석)·한국산연지회(지회장 오해진)는 외투기업 ‘먹튀’에 반발하며 농성 등을 이어 오고 있다.

노동자들은 폐업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 몫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동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채붕석 지회장은 “정리해고와 달리 폐업은 한 달치 월급만 주면 별다른 문제 없이 철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해진 지회장도 “최근 코로나19로 지원받았던 외투기업이 철수하거나 해고하면 지원금을 반납하는 내용으로 창원시 조례가 개정됐지만 한국산연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결국 상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시·도 차원에서 만드는 제도는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외국인투자법 개정안에 산자부 반대

국회에서 관련 법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먹튀’를 방지하는 내용의 외국인투자 촉진법(외국인투자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됐다. 조배숙 전 민주평화당 의원과 이찬열 전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했다. 핵심은 일정 규모 이상의 외투기업이 폐업할 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신고하고, 외국인투자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한 뒤 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백운규 당시 산자부 장관은 개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백운규 전 장관은 “인센티브는 모든 외투기업에 주어지는 게 아니고 혜택을 받고 있는 기업은 전체 5% 정도”라며 “(외투기업에만 법적 부담을 지우면) 국내 기업하고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7일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산자부 장관에게 외투기업의 ‘묻지 마 폐업’ 문제와 법·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산자부가 반대하지 않고 법이 통과됐다면 지금의 폐업에 따른 해고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 장관은 류 의원 질의에 “외국자본이 (한국에) 들어와서 재난을 핑계로 한 사태들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8일 환노위 노동부 국감에서 한국게이츠 폐업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증인으로 출석하는 하언태 현대자동차 노무담당 대표이사에게 한국게이츠 폐업에 대한 원청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게이츠지회는 현대차가 중국공장 부품을 수입해 혼용해 온 탓에 폐업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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