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대규모 인력감원은 막대한 사회적 갈등비용을 발생시키고, 노사관계를 왜곡한다. 98년 이후 자동차산업의 대규모 정리해고 사례로 꼽히는 현대자동차·옛 만도기계·옛 대우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98년초 평균가동률이 40%대로 곤두박질치자 그해 4월 전체 4만6천여명 가운데 1만여명의 감원을 노조에 요구했다.
 

정리해고 갈등은 4개월여 동안 지속됐고, 노사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다. 34일 동안의 노조 파업과 회사 휴업이 이어졌다. 회사측 생산차질액만 9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노사 간에는 고소·고발·폭행사건이 잇따랐다. 현대차노조의 일자리 나누기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노사갈등은 당시 이기호 노동부장관·노무현 국민회의 부총재 등의 중재로 277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합의하면서 끝을 맺었다. 2천18명이 1년6개월 동안 무급휴직했고 6천5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현대차에 이어 한라그룹의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흑자부도 난 옛 만도기계에서 인력감원이 단행됐다. 노조가 25일 동안 파업하면서 격렬히 저항했지만 경찰력 투입으로 1천여명에 대한 강제적인 인력감원이 이뤄졌다. 파업참가 노동자 2천700여명이 연행돼 42명이 구속됐다. 2001년에는 옛 대우차에서 노조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경찰력이 동원돼 1천725명이 정리해고됐다.

비용절감을 위해 정리해고를 선택한 기업들에게는 유·무형의 후유증이 나타났다. 노동자들의 ‘내 회사’라는 인식이 낮아진 계기가 됐고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는 단기 실리주의가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환배치와 같은 회사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반발하는 심리가 형성됐다”며 “정리해고에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각성시킨 계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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