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수고용직에 대해 ‘유사근로자’ 개념을 도입해 노동법적 보호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은 그동안 노동계가 꾸준히 제기해 온 노동자성 및 노동3권 보장을 제외한 것이어서 한계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이날 기자브리핑을 통해 특히 ‘유사근로자’ 개념 도입을 통한 노동법적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장관은 “이미 세계적으로 제3의 직업군, 즉 중간단계의 유사근로자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보호하는 추세”라며 “우리도 근로자도 아니고 자영자도 아닌 특수고용직의 문제를 유사근로자 등 다른 개념을 통해 근로기준법 등에서 일정한 수준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근로자와 자영자 사이의 중간직군을 인정하게 된다면 그것을 일반적으로 개념화 해서 각 법에 확대적용 할지, 또는 각 법마다 특례적용할지 또는 따로 특별법을 만들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이미 영국, 독일, 프랑스 등도 중간직군을 인정해 법제화하는 방식으로 보호하고 있는 등 세계적 입법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노동자성 인정을 통한 보호방안 마련을 위해 노사정간 논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노사정대표자회의 특고실무회의를 통해 논의돼 왔으나 9·11 로드맵 합의 뒤 논의가 중단됐다”며 “노사정위원회로 넘어와서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논의에 참여 못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1월 중순께 열릴 공청회를 통해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사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번 공청회에서는 아예 법제화된 발제문을 갖고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노사의 의견을 세세히 듣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사 의견이 지난 6년간 그랬듯 여전히 엇갈리기만 한다면 정부 입장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노동부 한 관계자는 “유사근로자 개념 도입이라고 정한 것은 아니지만 중간직군 인정도 포함해 고려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에도 적용되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을 대상으로 근로자 종속성 여부를 유형화 해서 보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특수고용직 입법안을 통해 “판례와 학설의 노동자성 핵심 판단기준인 ‘지휘명령구속성’의 징표가 한계에 달했다는 사실을 반영해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근로자, 사용자 정의 규정을 개정해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게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유사근로자’의 역사는
2003년 노사정위 공익위원 '유사근로자 특별법' 제시
특수고용직 보호를 위한 논의는 6년의 세월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0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비정형근로자 대책방안’에서 특수고용직을 ‘노조법의 적용을 받으며 근로기준법의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의 ‘준근로자’란 개념을 도입했다. 단결권 인정, 해고제한, 산재보험 적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2001년 7월 발족한 노사정위 비정규직특위에서 특수고용직 보호방안이 다뤄졌으며 2년여 논의 끝인 2003년 5월 ‘유사근로자’란 개념이 등장했다. 당시 노사정위 비정규특위 공익위원은 이른바 ‘유사근로자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유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및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로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자”라며 “이들에게 단체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준근로자’ 당시 노조법 적용을 당연시했지만, 2년 뒤 ‘유사근로자’에선 ‘노조법 대상이 아니’라고 후퇴한 것이어서 당시 노동계가 크게 반발했다.


특수고용직 보호방안 논의는 2003년 7월 노사정위 특고특위에서 다시 논의됐다. 그러나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지난해 11월 공개된 공익위원 검토의견에서 △4개 직군별로 근기법 및 노조법 적용 여부 검토(경기보조원만 노조 허용)(1안) △근기법 및 노조법 준용을 배제하되 별도의 보호방안 마련(2안) △노조법을 준용하되 노조법 준용에 대한 특례 검토(3안) 등을 제시했다. 특수고용직을 근기법은 물론 노조법의 노동자성도 점차 부인해 온 법원 판례의 흔적을 따라가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이번에 정부가 마련할 ‘유사근로자’ 개념 도입 등을 통한 ‘노동자성 인정을 통한 보호방안’이 어떤 모양새로 나올지 이목이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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