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노동자성을 제외하고 경제법 적용을 위주로 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을 심의·확정하고, 이상수 노동부장관<사진>이 과천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직접 발표에 나섰다.

이번 보호대책은 지난 6월 노동부를 비롯해 재경부, 산자부, 공정위 등 관련부처로 구성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노동부장관)’가 마련한 것으로 산재보험법,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및 약관법 등을 통해 마련된 범정부 종합대책이다.

이번 보호대책은 크게 특수고용직에게도 산재보험이 적용되고 직업능력개발 관련 지원도 받게 하는 등의 노동법적 보호방안과 사업자가 특수고용직에게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약관법·보험업법 등에 의거해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을 물도록 하는 경제법적 보호방안으로 요약된다.

보험설계사 등 4개 직종 ‘산재보험’ 적용

◇ 산재보험 적용 = 그동안 정부가 수차례 언급한대로 특수고용직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규정형식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개념 확대가 아닌 ‘특례적용’ 방식을 채택했다.

적용대상은 일신 전속성, 경제적 종속성, 비대체성 등의 경우로 한정해 보험설계사, 골프장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레미콘운송종사자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로 규정했다. 사업장 단위로 ‘당연적용’하되 당사자가 제외신청을 하면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보험료는 사업주가 100% 납부하도록 했으나 사업주가 절반(1/2)을 종사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주었다. 다만, 사용종속성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작업장소가 회사측에 의해 구체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골프장경기보조원은 사업주가 전액부담토록 했다.

다만, 덤프기사 등 이번에 포함되지 못한 직종에 대해서는 추가 적용시킬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 직업능력개발 지원 = 정부의 일반재정으로 실시되는 ‘영세 자영업자훈련’을 개편해 특수고용직이 정보통신·서비스직종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노동부 고시를 개정키로 했다. 또한 고용보험기금에서 임의가입제도를 통해 특수고용직이 근로자수강지원금 등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용보험료를 연 5만원 정도 납부하면 100만원 범위 내에서 훈련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형화된 불공정행위에 시정명령·과징금

◇ 공정거래법 적용 = 공정거래법에 “보험설계사, 골프장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레미콘기사와 관련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을 제정·시행키로 했다. 이 지침을 통해 특수고용직의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자가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거래상 지위남용’에 의한 불공정행위를 유형화해 제시키로 했다. 불공정행위에는 부당한 계약해지, 부당한 노무수령 거절, 출근강제, 구입강제, 이익제공강요, 불이익 거래조건 설정·변경 등이다.

이같이 유형화된 불공정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사업자가 시정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했다.

◇ 약관법 적용 = 사업자와 특수고용직간 체결하는 계약서를 약관법상 약관으로 보아 불공정한 계약사항이 있는 경우 적극적 시정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특수고용직의 직종별 사업자단체에게 표준계약서를 제작, 공정위 심사를 거쳐 표준약관으로 보급하고, 사업주들이 표준약관을 채택해 사용토록 주관부처에서 정기적 점검·지도키로 했다.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이런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시정하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한 채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골프장경기보조원의 경우 명시적 계약 없이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어 책임관계나 노무제공조건이 불명확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불공정행위 금지”

◇ 보험업법 개정 = 보험설계사와 관련해서는 관련 개별법인 보험업법을 개정해 보호토록 했다. 정부는 “보험설계사에 대해 ‘불공정행위금지’ 및 ‘자기계약금지’ 규정을 신설해 계약서 미교부, 계약사항 미이행 등 불공정행위를 유형화해 개선토록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행법상 금지돼 있는 보험료 대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지도점검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자기계약 금지규정의 신설 및 보험료 대납금지 등을 통해 자기를 피보험자로 계약하고 수수료의 일정비율 이상을 보험료로 납입함으로써 생계가 위협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기타 제도개선 = 골프장경기보조원 등의 성희롱 문제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주가 실시하는 ‘성희롱예방교육’에 특수고용직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레미콘회사의 불공정한 배차 및 출근시간 지정에 따른 수입감소 문제는 공정한 배차질서를 확립하도록 행정지도하고 운송거리별 출하시스템제 도입을 통해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화물·덤프·레미콘 기사 등의 공급과잉에 따른 수입감소 문제는 허가제를 도입해 해결키로 했다. 화물은 2007년까지 신규허가를 금지하고, 덤프는 허가제로 전환해 2008년까지 허가를 금지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화물·덤프 기사의 화주의 압력으로 발생하는 과적행위 문제는 ‘명예과적단속요원제도’를 통해 자율감시 및 자발적 계도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이며, 부족한 휴게시설은 고속도로 20곳(2008년까지), 주요항만 3곳(2007년까지), 국도 2곳(2008년까지) 등 모두 25개의 전용휴게소를 확충키로 했다.

‘노동법적 보호방안 제외’ 비판

그러나 이번 보호대책은 노동계가 주장해온 노동자 개념 확대, 노동3권 보장 등 노동관계법을 통한 보호방안으로 이어지지 못해 ‘반쪽짜리’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 여성·노동계는 “이번 정부대책에서 노동자로서의 보호방안이 완전히 제외된 것은 수용하기 어려우며 모성보호제도와 직장내 성희롱 대책도 포함되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이번 대책에서는 지난 8월 한국노동연구원이 특수고용직 실태조사를 했던 8개 직종 중 대리운전, 퀵서비스 직종은 경제법적 보호방안에조차 포함되지 못하는 등 미흡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과 관련부처의 집계에 따르면 특수고용직 8개 직종의 총 규모는 91만5천명에 달한다.<표1 참조>


이와 관련, 정부는 이번 경제법적 적용 위주의 보호대책에 대해서는 1차 대책일 뿐 이번에 제외된 노동자성을 인정해 보호하는 방안 등은 연말까지 2차 대책으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상수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사근로자’ 개념 도입을 언급하며 다음달 중순께 공청회를 열어 노동법적 보호방안을 논의, “연말까지 반드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표2 참조>


한편, 정부는 산재보험법, 보험업법 개정은 내년 상반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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