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 노사간 올해 임단협이 중단된 지 10일이 지났지만 교섭 재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12일 교섭이 결렬된 이후 포항건설노조는 새로이 교섭단을 구성하고 14일 전문건설업체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전문건설업체는 12일 마련됐던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묻기 전까지는 더이상 교섭을 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교섭을 주관했던 대구노동청 포항지청 관계자 역시 “어렵게 주선했던 교섭이 결렬되면서 현재 교섭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전문건설업체 역시 교섭에 대한 의지가 없으며 올해 포항건설 임단협 과정에서 빚어진 하중근씨 사망 등 사회적 문제가 함께 연동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포항지청 관계자의 지적대로 현재 포항건설 노사간 교섭 성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사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임단협을 전제로 손배가압류 문제나 하중근씨 장례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 둘째 예년과 달리 포스코가 포항건설 노사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교섭재개, 포스코가 쥐고 있다

특히 두 번째 이유와 관련, 포항건설노조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문건에서도 나와 있듯이 올해 포스코는 노조의 파업기간을 임의적으로 두 달 정도로 예상하고 공사기간을 그만큼 늘려 상정했다”면서 “포스코의 묵인을 이유로 전문건설업체들이 노사간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포항건설 임단협과 관련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개입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매년 포항건설 임단협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실제로 노사간 교섭을 지원, 전문건설업체를 지도해 왔다.

그러나 올해 포항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을 벌이는 등 직접 포스코를 상대로 파업을 벌이자, 손배가압류 소송을 검토하고 공사기간을 연장하는 등 실질적으로 전문건설업체의 교섭을 파행으로 이끌었다는 것이 노조쪽 주장이다.

이처럼 노사간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일각에서는 포항시와 대구노동청 포항지청, 시민사회단체 및 노사 당사자로 구성된 중재회의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자리를 모색해보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중근씨 사망 등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 포항건설 노사 문제를 더이상 당사자들이 풀 수 없다는 것.

포항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노사 모두 각각 주장에서 한 발 양보해 문제를 일단락 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이같이 제안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하중근씨 사망 문제 등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노사간 교섭이 재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항건설노조 파업, 이미 사회적 문제

시민사회단체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포항건설노조는 단호히 반대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지갑렬 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18년간 노조 활동을 통해 제도화된 노사간 교섭을 파기시키는 행위”라며 “노사간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갑렬 직무대행은 “두 달 가까이 파업이 진행되면서 하루라도 빨리 교섭을 마무리하고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노조도 알고 있다”면서 “노조의 파업기간 중 발생한 노동자 사망, 손배가압류, 구속자 문제 등이 풀려야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지갑렬 직무대행의 지적처럼 현재 포항건설노조의 고민은 임단협과 맞물려 하중근씨 사망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에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하중근씨 사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늦어지면서 책임자 처벌과 유가족 보상조차 되지 않은 지금 임단협 교섭이 성사된다고 해도 노조가 파업을 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이유가 전문건설업체들이 교섭에 나오지 않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이미 사회문제로 확대된 포항건설노조 문제를 풀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서 하중근씨 사인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게 되면 결국 포항건설노조와 노동계는 정부를 상대로 한 거센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사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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