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 조합원 고 하중근씨의 사인을 두고 논란이 일고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민주노동당이)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부검 자료 공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22일 이영순 민주노동당 원내공보부대표가 전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노회찬, 이영순 의원은 이날 오전 국과수를 방문해 고 하중근씨 사망과 관련한 부검 소견을 듣고 부검 결과 공개와 현장검증 미실시 등을 지적하며 사인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면담에는 이원태 국과수 소장과 하씨의 부검과정을 총괄한 서중석 법의학 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국과수를 상대로 △서둘러 부검을 진행했으면서도 유가족과 단체들의 부검 결과 공개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당시 경찰의 진압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현장검증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시신만 부검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따졌다.

이 부대표에 따르면, 국과수쪽은 “수사 중인 사안을 발표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고 전용철 농민 사망 부검 결과 공개는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판단이었는데, 발표 결과 혼란의 소지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의원들은 “부검결과 발표는 국과수가 스스로 판단하면 할 수 있는 문제인데, 오히려 국과수가 부검결과를 공개하지 않아서 의혹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자, 국과수쪽은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수사기관과 상의해 자료 공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이 부대표가 전했다. 그러자 의원들은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경찰에 자료공개 협조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원들은 고 하중근씨가 시위 도중에 넘어져 바닥 등 물체에 머리를 부딪히는 ‘전도’에 의해 사망했을 것이라는 국과수 부검 소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국과수쪽은 “(고 하중근씨의 직접 사망원인으로 추정되는) 대측손상은 전도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이라면서도 “직하부의 두개골 골절은 단순히 넘어져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만은 어려워 현장 제반사항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경찰에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고 전용철 농민 사망과 너무 비슷하게 닮아있으며 전용철 농민이 사망한 지 불과 1년도 안 돼 또다시 경찰의 과잉폭력으로 하중근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시민사회 단체 등과 연대해 국가폭력과 인권유린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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