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코닝 수원사업장 협력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일방적 계약해지에 반발, 임원실과 회사 조형물에서 기습시위를 벌였으나 3시간만에 연행됐다. 아텍엔지니어링노조(위원장 정금택)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8시40분께 출근투쟁을 벌이던 조합원들이 용역경비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임원실과 조형물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998년 삼성코닝에서 분사된 아텍엔지니어링 소속 노동자들로 삼성코닝이 아텍엔지니어링에 지난 4일자로 계약해지를 통보해, 사실상 해고된 상태다. 이에 이들은 △삼성코닝 정규직에 준하는 일자리 보장 혹은 고용승계 △고용승계가 되지 않을 시 정규직과 똑같은 조건의 강제해고 보상 △분사 이후 7년간의 차별에 대한 적정 보상 등을 요구하며 임원실과 조형물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것.


그러나 임원실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던 12명의 조합원들은 시위 시작 10여분만에 달려온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 됐으며, 조형물에서 낮12시까지 농성을 벌인 이아무개 조합원은 수원남부경찰서에 연행돼 15일 오전 불구속으로 기소됐다. 현재 삼성코닝은 임원실을 점거한 12명 조합원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금택 아텍엔지니어링 노조위원장은 “출근투쟁을 벌이다 삼성코닝 대표 면담을 요구하며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삼성코닝은 면담에 응하기보다는 이같이 법적 대응만을 일삼고 있다”며 “우리 역시 삼성코닝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비롯해 경기본부 등 노동계와 함께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달초 수원지청에 삼성코닝을 불법파견 혐의로 진정서를 접수했으며 17일에는 수원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컴퓨터 및 TV 브라운관 유리를 생산하는 삼성코닝은 수원 사업장이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15일자로 제조라인을 폐쇄했다. 이에 8개 협력업체 200여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실상 계약해지됐다.

<인터뷰> 정금택 아텍엔지니어링노조 위원장
무노조 기업경영을 주창하는 삼성에 비정규 노동자들이 반기를 들었다. 정금택 아텍엔지니어링노조 위원장<사진>은 "삼성코닝이 어느날 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로 퇴사시키고 도급업체에 강제 입사시키더니 이제 쓸모 없어졌다는 이유로 길거리로 내팽겨치고 있다"며 삼성의 경영방식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 노조를 설립한 이유는.
“98년 IMF 이후 삼성코닝은 경영이 어려울 것 같다며 설비 수리를 담당하던 공무부를 아텍엔지어링으로 분사, 노동자들을 강제입사시켰다. 회사쪽은 노동자들 스스로 결정했다고 하지만 사실 강요에 의해 이뤄졌다. 그리고 지난 15일자로 수원사업장을 폐쇄, 이제는 필요없어졌으니 나가라고 한다. 우리가 소모품인가. 더이상 회사가 하라는 대로 숨죽여 살 수 없었다.”


- 삼성코닝으로의 정규직 고용보장이 주요 요구사항인지.
“우리는 삼성코닝에 입사한 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아텍엔지니어링으로 분사돼 일해 왔지만 7년전이나 지금이나 삼성코닝에서 업무를 지시받고 있다. 대표이사만 중간에 생기고 임금 등 처우만 떨어졌지 여전히 삼성맨으로 살고 있었다. 불법파견 혐의는 뒤로 하더라도 당연히 정규직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코닝이 경영상의 문제로 수원사업장을 폐쇄해야 한다면 최소한 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수준으로 우리의 고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삼성을 상대로 싸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업장도 폐쇄됐고, 삼성코닝 역시 위로금으로 우리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노조를 만들고 회사가 주는 돈을 받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정규직 노동자였던 우리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 것도 참고 살았다. 그런데 이렇게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다. 노동자를 배제한 삼성의 경영방식을 참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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