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아찔한 50m 높이의 철탑형 굴뚝, 그 40m 지점의 두 평 남짓한 공간이 GM대우 창원공장 고공농성단 3명이 16일째 머물고 있는 곳이다. 스티로폼으로 바닥과 난간에 바람막이를 쳤지만 역부족이다. 지난달 22일 고공농성 돌입 후 때마침(?) 꽃샘추위가 찾아와 진눈깨비가 몰아쳤고, 비도 며칠간 내렸다. 비에 젖어 마를 새도 없는 축축한 옷을 직접 때리는 고공의 강풍은 또다른 적이다.

4일 오후 어렵게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권순만 지회장은 “고공이라 다들 어지럼증 때문에 고통스럽다”며 “다리 뻗을 공간이 못돼 잘 때도 웅크리고 새우잠을 자기 때문에 진환 조합원은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오성범 조합원은 감기가 심하다”고 농성단의 상태를 전했다.

회사의 물품과 음식물 통제도 지적했다. 권 지회장은 “비바람이 몰아치고 체감온도가 상당히 낮은데 회사가 조합원과 가족들이 넣어준 물품을 올려주지 않아 전혀 보호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도시락에도 밥은 3분의 1밖에 안 담겨 있고, 물도 비닐봉지에 담아 주더니 오늘은 올라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권 지회장은 “고공농성장 밑을 컨테이너박스로 장벽을 치고 그 안에는 철조망으로 도배해 포로수용소나 마찬가지고, 굴뚝 밑 부분 계단도 회사에서 몇 칸을 절단해 버렸다”고 설명하고, “안전펜스부터 설치해야 한다고 고집했던 회사가 지금 음식물을 통제하고 철조망과 쇠꼬챙이로 우리를 포위한 것은 안전은 말뿐이고 인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의 노조사무실 침탈과 농성천막 강제 철거, 조합원 출입 차단 등에 대해서도 권 지회장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회사가 방해한 것으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정문에 거점 농성장을 꾸린 GM대우 창원비정규직지회도 고공농성단에 대한 물품과 음식물 전달 차단 등 회사측의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해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서신을 보내 현장조사를 요청했다.

지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고공농성 사흘째인 지난달 25일 회사가 조합원들을 강제로 공장 밖으로 몰아낸 후부터 27일까지 고공농성단에게 음식물을 포함한 일체의 물품이 전달되지 않았다. 당시 고공농성단은 지회의 물품만 받겠다고 했고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28일부터 대우차노조 창원지부를 통해 물품을 전달하기로 합의했으나 회사는 지회와 가족들이 전달을 요청한 물품을 번번이 거부했다. 휴대폰 충전용 건전지와 생수통 등에는 위에서 던지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달았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음식물 양도 줄였는데 이에 대해 지회는 “회사측은 음식물을 많이 올려주면 대변과 소변을 많이 보고 오물을 투척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음식을 소량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며 “지금 1인당 세 젓가락 정도 먹을 수준으로 밥이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안병욱 지회장 직무대리는 “지회가 근로감독관을 통해 항의하자 회사는 고생하러 올라갔는데 그거라도 먹으려면 먹고 말려면 말라는 식으로 답했다”며 “지금 식수와 바람막이용 비닐, 건전지, 약, 충분한 양의 식사가 시급히 전달되어야 하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장조사를 한 뒤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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