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2일, 매일노동뉴스 조상기 기자는 '프랑스 사례를 통해 본 비정규직법의 정체'라는 기사를 통해 “2년간 해고 자유를 보장한 프랑스 CPE와 2년 기간제한을 정한 우리의 비정규법이 흡사하다”며, 두 법이 ‘너무나 닮았다’, ‘거의 똑같다’고 썼다. 이 기사를 보면서 ‘이거 무슨 초등학생 수학시험 숫자맞추기 하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최근 여러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프랑스는 최초고용계약제 도입을 둘러싸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에 직면해 있다. 혹자는 성급하게 ‘68 사태의 재연’을 말하기도 하고, 독일 등 이웃나라로 분쟁의 확산을 우려(기대?)하는 추측도 있다. 프랑스의 현 정부 -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이 이끄는 우파정부 - 가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 역시 분명하다. 엄격한 해고제한 등을 담고 있는 프랑스의 노동법이 청년층의 고용을 제한해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고, 이와 같은 해고제한제도를 25세 이하의 청년층에 한하여 적용하지 않도록 함으로서 청년층의 고용을 늘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제도를 통해 일자리 기회가 늘 것이라고 지적되었던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68운동 이후 최대규모라는 청년-학생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의 논란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우리를 돌아보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여러가지 시사점이 있다. 우선 청년실업 문제가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 기존 노동시장 진입자와 진입을 희망하는 사람 사이의 차이(일부 언론은 기존 노동시장 진입자를 ‘철밥통’이라고 쓰기도 한다)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점(물론 이것은 정책의 기대효과를 셈해야 할 정책입안자들이 따지는 차이일 뿐, 두 집단 사이에 근본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이 당연하다는 것은 아니다), 유연성과 안정성 사이의 긴장 역시 일반적이라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은 우리를 돌아보는 거울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프랑스가 도입하려 하는 최초고용계약제도와 우리의 비정규직 관련법은 조 기자의 지적처럼 흡사하고, 비슷하고, 거의 닮았나?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제는 ‘25세 이하의 청년에 대해서는 2년 이내에는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인데 비해, 우리의 비정규법은 ‘기간제 고용은 2년 이내에서 하도록’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간주’ 하겠다는 것이고, 기간제 근로자라 할지라도 계약기간 이전에 해고할 경우 당연히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두 경우에 같은 것은 2년이라는 숫자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비슷하다고 하나?

조 기자는 이를 ‘2년이라는 계약기간 내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어도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해고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왜곡이다. 기간제 근로자라 하더라도 ‘계약기간 내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

프랑스의 입법취지가 기존의 경직적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해서라면, 우리의 비정규직법 입법취지는 ‘규제가 없던, 방치되어 있던 노동시장을 제어할 규율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기준이 어떻게 작용할지, 기대하는 것과 같이 불합리한 차별과 비정규직 남용을 시정해가는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정책당국의 과제이고, 노동시장의 추이를 면밀히 추적해갈 일이다. 하지만 문제의 발생지점, 입법의 출발지점은 명백히 다르다.

조 기자는 기사 곳곳에 이념적 잣대와 유사한 ‘입법을 추진하는 정치세력의 의도’를 비교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의도가 같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책은 현실을 판단하고 고쳐나가는 수단이다. 정책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잣대 역시 현실이어야 하고, 오늘 정글과 같은, 황폐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의 현실에 서서 판단할 일이다. 부디 시장주체들의 타협과 결단을 안내하는 격조있는 기사와 논평을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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