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는 비정규법안을 앞에 두고 있는 우리에게 최초고용계약제도(CPE, 이하 ‘최초고용계약’)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반응은 각별한 의미를 주고 있다. 때마침 매일노동뉴스 관련 기사에 대하여 노항래 열린우리당 전문위원이 반박문을 기고하였고, 노동부는 ‘언론보도해명’을 하였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최초채용계약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가? 최초채용계약은 우파정권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의 2단계 고용정책이다. 첫번째는 2005년 2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규채용계약제도(CNE, 이하 ‘신규채용계약’)의 도입이었고, 두번째가 최초채용계약의 도입이다. 신규채용계약은 그동안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CDI),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CDD)의 2가지 근로계약만을 인정하여 왔던 프랑스에서 20인 이하의 중소기업에서 신규 채용하는 노동자에 대해 최초 2년 동안 해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며, 그 대신 사용자는 해고된 노동자에게 해고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고, 해고된 노동자는 정액실업수당 및 직업훈련에 관한 권리를 갖는 새로운 제3의 근로계약을 도입한 것이다. 최초채용계약은 신규채용계약과 거의 동일하다. 적용대상이 20인 초과 사업장의 26세 미만 노동자로 특정되어 있는 점과 정액실업수당 및 직업훈련의 기간이 다를 뿐이다.

이러한 신규채용계약과 최초채용계약에 대하여 프랑스의 언론들과 지식인들은 “최초채용계약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혹은 찾을 수 있었던 청년들에게 오히려 정규직 고용을 대체하여 청년고용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며, “프랑스 재계는 경기 또는 수익과 상관없이 해고를 일상화했다. 한번 맛들인 저렴한 인건비라는 ‘마약’을 끊지 못했다. 지난 20여년간 국가경쟁력의 주문에 걸려 국가의 진정한 미래는 청년들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고 지적하면서 “최초고용계약을 통해 고용불안 상태를 제도화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프랑스의 신규채용계약과 최초채용계약이 노동부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의 비정규법안과 정말 다른가? 물론, 두 정부가 제시하는 입법목적은 다르다. 그러나 포장을 벗기고 그 내용을 보면 놀랍도록 유사하다. 첫번째, 2년의 기간 동안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면, 우리는 심한 경우 1개월마다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매월 계약 해지되는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물론 노동부의 해명대로 근로계약기간 중에는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할 수 없다. 그러나 계약기간 종료 후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해지된다. 신규채용계약과 최초채용계약의 해고예고기간은 1개월이다. 무엇이 더 나쁜가?

두번째,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면서 약간의 수혜적인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액실업수당 및 직업훈련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우리는 차별시정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프랑스의 정액실업수당 및 직업훈련의 권리는 이미 법제화 되어있으므로 노동자가 이를 위하여 별도의 구제절차를 밟을 필요는 없다. 신청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차별시정을 위해서는 노동위원회·법원을 통해 시정명령을 받아야 한다. 무엇이 더 쉬운가?

마지막으로, 고용 유연화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방향을 항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6세 미만의 노동자와 중소기업에 한해 2년간 유연화를 추구하였다면, 우리는 기간제 노동을 전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무엇의 범위가 더 넓은가?

한편, 신규채용계약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난 이후, 프랑스의 피에르 카위(Pierre Cahuc)와 스테판느 카르실로(Stephance Carcillo)는 신규채용계약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 “신규채용계약과 최초채용계약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에서 흥미로운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신규채용계약은 고용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키면서 구직자의 생활 조건을 악화시킬 경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2년의 기간이 갖는 ‘절단’의 결과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가? 노동부와 열린우리당은 “사유제한은 중소기업의 대량 실직을 초래한다”, “차별시정을 통하여 현행보다 확실히 개선된다”라고만 할 뿐 비정규법안을 통해 이미 60%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규모가 증가할 것인지, 감소할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효과 분석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차별개선 효과에 대한 어떤 예측치도 제시하지 않는다.

노동부와 열린우리당은 4월 임시국회 이전에 차별개선의 효과가 어떠한지, 기간제한의 보호효과가 무엇인지, 파견업종 조정이 미칠 영향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세밀한 효과 분석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프랑스의 논란이 주는 시사점이다. 노항래 전문위원도 말했듯이 “정책의 기대효과를 셈해야 하는 것은 정책입안자”들의 당연한 의무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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