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제도와 그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반응이 우리에게 특별한 관심이 되고 있다. 아마도 비정규직 입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고 곧 다가 올 4월 임시국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제도와 비정규직 입법 중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내용이 ‘같다’ 또는 ‘다르다’는 논쟁이 지면상에서 벌어진 것도 그 관심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정규직 입법을 약 4년 간 준비해 온 정부 입장에서는 “사실”이 왜곡되지 않고 일반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선, 노항래 전문위원이 지적했듯이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제도와 우리의 비정규직 입법은 처한 현실과 문제인식, 그리고 해결을 위하여 목적한 바가 다르다.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제도는 기간제근로자에 대하여 비교적 엄격이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유연성 제고를 통한 청년실업 해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내용은 이미 알려진 대로 20인 이상 사업장에서 26세 미만 청년을 고용했을 경우 2년 동안은 아무런 제한 없이 해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26세 미만 청년에 대해서는 ‘기간제근로 사용사유제한’과 ‘일반적인 해고제한’까지 모두 배제된다.

우리의 비정규 입법은 현재 기간제근로에 관하여 사용사유·사용기간 모두 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기간제한 방식을 도입하여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프랑스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하여 고용규제를 완화한 것이고, 우리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고용규제를 신설하는 것이다.

기간제근로 제한에 대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독일·영국 등이 기간제한을, 프랑스·이탈리아 등이 사유제한을 택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은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국회 계류 중인 비정규직 입법과 비교를 하려면 외국의 비정규직 관련법과 비교해야 할 것이지, 단지 고용기간이 2년이라는 점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두번째로 ‘2년의 기간 동안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이 유사하다고 했는데, 이는 우리의 보편적인 근로계약 관행에 비추어 볼 때 비현실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제도는 2년 동안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해고할 수 있으므로 지적한 내용이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 입법의 경우 계약기간 내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

‘심한 경우 1개월마다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매월 계약 해지되는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라고 주장하지만, 근로자를 1년 혹은 2년간 고용하면서 1월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11번 혹은 23번 계약을 반복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하여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현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상시적인 업무에 필요한 인력조차 1년 단위 계약을 반복체결하여 고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법안은 기간제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고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하여 보호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수혜적인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고 하면서 프랑스는 실업수당 및 직업훈련의 권리 부여를, 비정규직 보호입법은 차별시정 규정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시정 규정은 절대 수혜적인 정책이 아니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정부정책에 의하여 주어질 수도 있고 안 주어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프랑스는 1979년부터 입법을 통해 차별금지 원칙을 두고, 법원을 통해 차별을 시정해 왔다. 그러한 제도를 우리도 도입하려는 것이다.

단, 프랑스와 다른 점은 법원을 통한 해결이 아니라, 노동위원회라는 준사법적 기구를 통하여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최고 1억원의 과태료까지 부과하게 된다. 이는 차별시정 및 구제의 편의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우리도 노동시장에 아직 진입하지 않은 청년이 최대 1년 동안 무료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으며, 월 5~30만원의 훈련수당 등도 지급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좀더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통하여 비정규직의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고 고용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준비도 해나가고 있다.

노동정책에 관해서 항상 논의가 부족했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비정규직 보호입법은 2001년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를 시작하여 약 4년여 간 노동문제의 핵심에 있어 왔다. 2004년 11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에 이례적으로 국회에서도 약 26차례 노사정이 대화를 하였다. 여야가 노동시장 현실을 감안하여 단일안을 마련한 만큼 이제는 입법 후의 원만한 정착을 위하여 준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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