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틀째인 2일, 철도노조는 거점농성 투쟁에서 산개투쟁으로 전환했다. 철도공사의 업무복귀명령과 조합원 업무복귀설이 여론에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산개투쟁을 시작했다. 업무복귀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먼저 산개투쟁을 결정한 배경을 얘기하자면 지난 2003년 6.28 투쟁 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한 침탈과 수천명에 달하는 연행자 등 아픈 기억이 있다. 학원에까지도 공권력을 투입해 무력화시켰던 조합원들의 경험이 있다. 산개투쟁을 전개하게 된 배경은 3월2일이 입학식이라 거점농성을 대학으로 택한 곳은 피해야 했으며, 서울대오는 7,000명 정도가 이문차량기지에 집결해 있었는데 무차별적으로 공권력에 의해 침탈될 경우, 대규모 불상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를 먼저 피하기 위해서 산개를 결정했다. 전적으로 과거 경험으로부터 공권력이 얼마나 안전에 대한 개념없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지에 대한 조합원들의 직감으로부터 결정됐다.
산개를 하게 되면 거점에서 농성하는 것보다 일부 복귀율이 생길 수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결정하게 된 배경이 그것이고, 정부나 사쪽에서 복귀율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사실상 복귀율보다 중요한 것은 열차운행률이다. 복귀율이 높다고 하지만 운행률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
또 정부나 사쪽은 시민불편을 조기에 해소하려면 조건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 노조는 언제 어느 장소라도 노사 자율교섭이 보장된다면 지금이라도 교섭에 응할 의지가 있다. 복귀율에 집착하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수년간의 투쟁과정에서 이미 경험했지만 주력 대오들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노조로써는 조직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력 대오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참가율로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라면 일주일 정도는 더 버텨낼 수 있다.“

- 언론보도나 공사의 업무복귀명령 등만 접한다면 산개중인 조합원들은 혼란스러울 것 같다. 노조에서 지침을 전달하는 방법은.
“노동조합의 지침은 일관되고도 명확하다. 파업돌입명령, 산개투쟁돌입명령, 거점사수명령, 파업복귀명령 등 주요한 4가지 투쟁 명령에 대해서는 오로지 위원장의 음성메시지로만 전달이 가능하도록 이미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사쪽의 메시지나 음해성 일부 메시지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위원장 음성으로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믿는다.”

- 파업참가율이 사상 최고치다. 1만7천여명이 참여했는데, 높은 참가율을 보인 이유는.
“1차적으로는 철도 구조개혁 과정에서 많은 불만과 불안을 가지고 있다. 불만이라고 하는 것은 정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진행된 구조개혁 과정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기본권들을 상실했다. 공무원이라고 하는 정치적 신분, 연금에서 박탈당하는 경제적 불이익, 철도민영화 과정에서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대량 징계와 무작위한 탄압, 이런 것에 대한 불만이 내재돼 있는 것이고, 공사체계 이후에도 제대로 된 철도정책이 부재함으로써 누적된 부채와 그에 따른 부담 전가가 구조조정의 압박으로 작동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지난 1년간 절치부심하면서 조합원들과 함께 교육하고, 토론하고 해서 우리 투쟁을 준비했고, 특히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먼저 규약도 개정하고, 규정도 만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한가족으로 만드는 작업들을 같이 병행해왔다. 이런 1년여의 노력들이 조합원들의 불만, 불안과 합쳐지면서 역대 사상 최고의 조직률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 오늘 새벽 노사 협상에서 최종 합의가 안된 까닭은.
“일부 언론에서는 해고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조정에 대한 현장조합원들의 불안감들을 완전히 해소시켜주지 못했다. 사쪽은 단한명의 강제 감원도 없다고 하지만 늘어나는 업무에 비해 신규인력이 충원되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늘어나는 업무를 외주 자회사로 주거나 내부 전환배치 등 여러 가지 구조조정을 통해 흡수할 수밖에 없다. 사측은 이에 대해 노조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고, 노조는 이런 현실적 조건이 있다면 노사가 공동으로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자고 요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핵심 쟁점 중 해고자 문제에 대해서도 사쪽은 노사평화 공동선언을 전제로 내걸었다. 노조는 해고자들의 복직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단 한명을 복직시키더라도 조건 없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어떤 전제 조건을 달고 해고자 복직을 합의할 수는 없다. 노조의 원칙이다. 비정규직 문제 중 KTX 여승무원에 대해서도 노조는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안되면 비정규직 고통의 근본원인인 간접고용을 해결하고자 했다. 공사에서 직접고용하고, 이후 고용형태에 대해 노사협의로 진행하자고 했는데, 사측은 간접고용의 단계적 정규직화를 얘기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열차안전서비스 업무에 열차내 판매 업무까지 같이하는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여승무원 스스로가 열차판매를 위해 입사한 사람이 아니기때문에 일방적으로 열차내 판매 업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또 같은 조직의 노동자는 아니지만 철도유통 소속의 열차내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어떻게 합의할 수 있겠는가. 노조가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노조에게 요구하고 있다.
해고자복직과 관련해서 우리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숫자도 중요하지만 해고자 복직은 해고자들의 명예를 복귀시켜주는 것이다. 그래서 해고자복직의 어떠한 전제조건이나 어떠한 거래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사측에서는 덧붙여서 사규내에서 신규채용을 하는게 법과 원칙이라고 고집하고 있지만 사규는 회사의 취업규칙에 불과하다. 단협은 취업규칙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노동법의 상식이다. 취업규칙을 고집하면서 그 범위내에서 협의하자고 하면 무엇하러 단체협상을 하겠는가. 사규안에서 하다보면 먼저 해고된 동지보다 뒤에 해고된 동지가 먼저 복직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노조의 원칙은 해고기간이 긴 사람부터 먼저 복직되는 것이다. 이는 상식적이고도 타당하다. 이를 무리라고 얘기하면서 사규를 고집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먼저 해고된 사람을 먼저 복직시키라는 순차적 요구가 그렇게 수용 불가능한가. 숫자 문제보다 이것이 우선시돼야하고, 그것이 서로 고통을 나누는 사람의 도리이다.”


- 공사쪽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오늘 오후 3시, 최종 긴급업무복귀명령 시한이 지난 뒤 노조간부 386명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를 취했다.
“탄압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판이다. 2003년 6.28 투쟁 이후 수천명의 파업참가자가 징계 회부되고, 수십명의 구속과 해고사태가 발생됐다. 그때 정부는 철도노조를 초토화시키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늘의 사태는 어떤가. 누가 1만7,000명이나 되는 전무후무한 파업대오가 유지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는가. 이를 그때와 똑같이 이런 탄압으로 나온다면 빠른 시기 다음 투쟁은 2만5천 조합원이 함께하는 더 큰 투쟁을 불러올 것이다. 이로인해 노사간 불신은 깊어지고, 이는 철도발전의 근본적인 제약이 될 것이다. 공사와 정부가 이성을 되찾고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 철도파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앞으로 남은 과제는.
“오직 산개된 대오를 굳건히 유지하는 것에 달려있다. 이미 조합원들은 이번 투쟁의 정당성을 스스로 알고 있다. 정부에서 불법으로 낙인찍고 탄압을 자행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각오가 이미 됐기 때문에 산개가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남은 기간 대오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빠른 시일내 정부와 사쪽이 탄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접고, 자율교섭을 속개해서 이 문제가 평화적으로 마무리 되는 것만 남았다.”

- 협상 타결 전망은.
“전적으로 사쪽에 달려있다. 노조가 수용하기 힘든 안을 제시하고 타결을 요구한다면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굴종적인 합의보다는 장렬히 전사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 주요 요구에 대한 일괄타결 입장은 변함없는가. 최종 정리한 주요 요구는.
“철도공공성은 공사의 재량권 내에 있는 일이다. 청소년, 노약자, 장애인 할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내놔야 한다. 또 철도공사의 경영을 보다 투명하게 하기 위한 이용자대표의 경영참가이사회 참여의 구체적인 안을 내놔야한다.
인력충원, 구조조정과 관련된 문제는 늘어나는 신규사업에 대한 문제를 노사가 어떻게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진전된 안이 나와야할 것이다.
해고자 원직복직과 관련해서는 그야말로 전제조건 없는, 해고의 고통의 시간이 오래된 사람이 먼저 복직되는 원칙이 합의된다면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것이 기본이다.
비정규직, KTX 여승무원 문제는 지금 당장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안된다 하더라도 간접고용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나아가서 열차 판매업무까지 부과시켜서 자회사에 정규직화 시키겠다는 것은 노조에서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대안들을 내놔야 한다.”

- 산개투쟁 중인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애초에 이번 투쟁에 들어가면서 목표했던 바를 되돌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철도노조가 공공부문의 대표적인 대기업노조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었다. 눈앞의 실익보다는 노동운동의 원칙과 노동자들의 의리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쟁취해내는 목표점을 조합원들이 다시 한번 각인해야 될 시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명분있는 투쟁에 여한없이 남은 기간 동안 투쟁한다면 우리는 최종합의문의 요구안 쟁취, 수위 여부와 무관하게 역사적으로 승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함께 확인했으면 좋겠다.”

-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쟁이지만 당장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파업이 원치않게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서 먼저 송구스럽다. 누구도 파업 장기화를 원치 않았지만 객관적 조건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한달전에 예고했음에도 파업이 바로 임박한 시점에서 정부여당은 야합해서 비정규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정부는 자율교섭을 지도한다며 온갖 가이드라인으로 실질교섭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노조가 불가피하게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깊이 양해해주시고, 노조는 이번 투쟁에 성과를 바탕으로 하기보다 철도가 국민들에게 공공적으로 봉사하는 그런 국가기간산업으로 거듭나는 것으로 보답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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