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복잡하고 헷갈린다.” 비정규직법이 국회 안팎에서 논란이 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법에 등장하는 단어들의 뜻도 모호하고,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감 잡기도 힘들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특히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조항과 이미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의결 처리된 조항들이 시행될 경우 현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해서도 주장들이 제각각이다.

여기에서는 법안의 주요 쟁점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오해’, 그리고 법 시행 후 예상되는 상황들을 따져본다.

◇ 사유제한 하면 대량실직이 발생한다? = 여당은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사유제한을 수용할 경우 대량실직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다수 기업들이 사유제한 범위 밖에서 비정규직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당장 사유제한을 적용할 경우 지불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해고 하거나, 아예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7~8년 전에 도입했다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비정규직이 800만명이 넘는 현재 상태에서 사유제한 도입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사용자들이 자선사업가들이 아닌 이상 사업상 필요에 의해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인데, 사유제한을 한다고 ‘필요에 따라 고용한’ 노동자를 해고한다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싼 임금으로 사용할 수 있고, 언제든 해고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 차별처우 금지가 포함돼 있으므로 비정규직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정규직보다 임금을 적게 지급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지불능력’ 부족은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두 당의 주장 가운데 어떤 주장이 옳고 그른지 또는 현실성이 높은지는 당장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는 단 한번도 사유제한을 적용해 본 적이 없으므로, 도입 시 노동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유제한을 도입할 경우 같은 임금을 주더라도 해고가 쉽다는 이유에서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은, 사유제한 범위 밖에서 ‘불법사용’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법으로 적발되면 일정한 처벌을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사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도 싫은 사용자는 아예 처음부터 기간제를 사용하지 않은 채, 정규직의 업무량을 증가시키는 등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유제한을 도입하려면 ‘위법/불법행위’에 대한 처벌과 ‘무기계약 간주’ 등 고용보장 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2년 되면 해고하고 다른 비정규 노동자 사용? = 2년 기간제한을 규정한 여당안에 따르면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즉 사용자가 A라는 노동자를 2년 동안 사용하고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계약해지)하고, B라는 노동자를 2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식으로 기간제 노동자를 계속 반복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도 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여당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교체 사용할 때는 교체에 따른 이익(고용조정의 용이성)과 비용(필요인력 확보, 숙련도, 교육훈련 비용, 사업장 적응) 등을 비교해서 판단할 것이므로, 2년 정도로 제한하면 무분별한 교체 사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기간제를 규정하는 법이 없는 현실에서는 1년 단위로 무제한 반복갱신이나 해고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년 기간 후 ‘무기계약근로 간주’는 현실을 개선한 안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현재 파견노동자들이 2년마다 다른 사람으로 교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유제한 없이 기간제한을 2년으로 하든 3년으로 하든지,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저임금 노동자들인 단순·비숙련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2년 고용 후 정규직이 되기는커녕 2년마다 이리저리 회사를 옮겨 다니거나 실직을 당하는 등 고용불안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 1년11개월 기간제(임시직, 계약직) 사용하고 1달 쉬게 하고 또 1년 11개월 계약하는 식으로 반복 고용이 가능하다? = 국회 환노위 법안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대목이다. 따라서 이대로 입법될 경우 현실 적용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여당안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사용자가 이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 한 노동자와 1년 11개월 동안 계약해 사용하고, 다음 1개월 동안 고용보험 혜택을 받게 한 후, 다시 1년 11개월짜리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 사용하는 식으로 계속 반복 계약할 경우 법 적용이 애매해진다는 것이다. 여당은 이런 방식의 고용은 당연히 ‘무기계약 근로’로 간주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당 설명과 달리 나중에 법정에서 이런 방식의 ‘편법 고용’이 ‘합법’으로 인정되면, 기간제법의 2년 기간제한 규정은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간제한 규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법안에 이런 방식의 고용에 대한 분명한 규제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불법파견 적발돼도 과태료 3천만원 이하만 내면 그만이다? = 여당안에 따르면 파견기간 초과 시 ‘고용의제’가 적용되고, 불법파견 판정 시 ‘고용의무’를 적용한다. 불법파견 부분에서 여당은 ‘고용의무’인 반면 민주노동당은 ‘고용의제’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에는 이에 대한 마땅한 규율이 없다. 다만 노동부는 불법파견으로 적발될 경우 현행법의 기간(2년)초과 규정을 준용해 2년이 넘은 노동자부터 고용의제를 적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여당은 ‘고용의제’ 적용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주장한다. 의제를 적용할 경우, 해당 노동자의 고용시점에서부터 임금 청구권 등 정규직과 유사한 모든 청구권리가 소급해서 발생하는데, 지불능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이 비용을 감내할 수 없는 데다, 이를 두고 노사 갈등이 고조되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당은 현재까지의 불법파견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앞으로 발생하는 불법파견은 고용의무와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서 엄하게 대처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고용의제를 주장하는 민주노동당은 법 시행 시점부터 시행할 경우 소급적용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고용의무로 느슨하게 규정해 두면 사용자들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여당안은 불법파견 사용자가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또 노동계는 여당안의 3천만 이하 과태료가 현실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천만원 이하는 50만원도 될 수 있고 3천만원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태료 상하한선을 3천만원 안팎으로 정하고 불법파견 노동자 1명당 이 정도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1만여명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대로 적용하면 3천억원의 과태료가 산출된다.

◇ 이번에 입법 못 하면 앞으로 입법 힘들다? = 여당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여당은 앞으로 남은 정치일정과 급증하는 비정규직 규모 등을 들어 이번에 입법하지 못하면 앞으로 엄청난 사회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입법하겠다고 나설 정치세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 주장에는 앞으로 여당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결국 입법권을 가진 정치권의 의지가 달린 부분이라서 옳고 그름의 문제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할 수 없고, 안 하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이는 냉혹한 현실이다. 소수당으로서는 ‘강력한 대중투쟁으로 정치권을 압박해서 굴복시키지 않는 한’ 비정규직 권리법안을 입법시킬 현실적인 힘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법안의 처리시기 문제뿐만 아니라 법안의 내용을 규정하는 현실적인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환노위에서 심사 중인 법안이 “비정규직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법안 저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현실을 개선시키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개악법 저지’에 나설 것이고, 아니라면 입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 기준을 사유제한 도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사유제한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등이 물리력을 쓰는 등 강하게 반대하면 입법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법 처리 여부가 목전에 다다른 이제는 국회 안팎의 ‘힘의 논리’와 ‘정치적 판단’만이 남은 셈이다.

비정규직법 주요 쟁점 비교
쟁점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


차별
금지
방식
직무, 기술, 능력이 같은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대한 차별처우 금지동등·유사한 기술과 직무, 작업수행 능력, 성과 등에 대한 임금, 근로조건 등 차별처우 금지동일한 또는 유사한 조건하에 동일노동을 수행한 경우 또는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객관적인 기술·노동강도·작업조건 등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동일가치노동) 대하여 임금과 현금 또는 현물로 직·간접적으로 지불하는 모든 부가적인 급여(동일임금 지급)
사유
제한
반대반대10개항 사유제한
사용
기간
2년3년1년(사유제한 도입 전제)
파견제불법
파견
고용의무고용의무고용의제

<용어해설>
◇ 사유제한 = 기간제법에 나오는 용어이다.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특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비정규직 고용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임시직과 파트타임직(단시간), 파견직 등을 고용할 경우 일정한 기간 동안 고용해야 할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사유)을 둬서 비정규직 고용을 예외적으로 인정하자는 뜻이다.


◇ 무기계약근로 간주 = 직접고용 관계를 규정하는 기간제법에 나오는 용어이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일반적으로 정규직을 일컫는다. 하지만 기간제 신분으로 계약을 계속 반복갱신하는 ‘상용직’이 무기계약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상용직을 ‘무기계약근로자’로 볼 경우, 기간초과시 ‘무기계약근로자로 간주’하더라도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는 애초 정부안의 ‘해고제한’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


◇ 고용의제 = 간접고용 관계를 규정하는 파견법에 나오는 용어이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요건(기간 초과 또는 불법파견 판정시)에 해당되면 법률적 힘에 의해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강제성을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규직 고용을 뜻하지만, 비정규직 기간제노동자 등으로 직접 고용할 경우에 대한 제재조치가 법안에 담겨있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 고용의무 = 불법파견 판정시 원청사용자가 판정 순간부터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일반적으로 정규직 고용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경우에도 ‘고용의제’처럼 불법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기간제)로 고용하더라도 법안에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