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 사업 논의가 ‘뭘 할지’를 찾기보다 ‘일단 하자’식으로 가는 것을 경계했다. “비정규직 센터 전환은 해야할 일”이지만 “선행해서 해결할 여러 과제들을 끝내고 전환은 마지막에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단 의원은 비정규직 할당 문제를 부문할당 방식을 도입하기보다, 선출과정에서 일정부분 의무비율을 두는 방식을 제안했다.


- 그동안 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 관련 사업 방식을 평가한다면.
“해법이 없었다기보다 자기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했다. 갈려는 방향이 있는데, 꼬였다기보다 갈려는 방향이 없었다. 그동안 당이 했던 비정규직 사업은 주로 조직된 비정규직 노조의 사업의 투쟁에 결합하는 수준이었다. 800만이 넘는 비정규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분석일 것이다.”

- 4·15 이후에 민주노동당은 1년 예산만 122억원에 달했다. 지역까지 300명의 상근활동가, 중앙당에만 100명이 일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왜 초안 프로그램도 못 잡은 것인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당이 스스로 자기 정체성 문제를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 우리가 당을 만들고 활동하면서 가장 우선 고민해야 될 것은 우리의 강령을 실현할 핵심적인 주체가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다. 또한 그 주체들과 어떻게 결합력을 가질지를 고민했어야 했다. 그 고민이 부족했다.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비정규직 사업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 당 비대위가 전 지역조직은 ‘비정규직센터’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센터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해야 된다. 해야 되는데, 선행할 것이 있다. 당의 핵심 기본사업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당원들의 동의와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실현해 나갈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전당적인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그를 위한 주체를 어떻게 세우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같이 고민되야 한다. 비정규직 사업은 간판하나 바꿔단다고 되는 것 아니다. 우리의 정치적 토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사업을 어떻게 해 나갈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당원들의 튼튼한 동의부터 만들어 가야 한다.”

- 사실 그 동의의 과정이 곧 있을 당직선거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때일 수도 있고, 더 늦을 수도 있다. 지금의 재원과 당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비정규사업을 해야 한다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현재의 조직을 어떻게 가동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부터 답을 정해야 한다. 지역 사무실을 비정규센터로 전환하는 것은 마지막에 하면 되는 문제다. 당이 비정규직 사업을 당장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담하고, 상담받는 사람 가슴이라도 시원하게 해 주기 위해선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다.”

단 의원의 말은 “잘 안됐다. 이제 해야 한다. 그러나 선행할 문제가 많다”로 요약된다. 그 선행할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 걸까. 대 민주노총 관계부터 먼저 물었다.

- 지난 1년반동안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적절한 분업관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대중조직인 노동조합과 정치조직인 민주노동당의 역할은 상당기간 혼란스럽게 갈 것이다. 칼로 무 자르듯 잘라서 역할이 나눠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것은 정치적 과제와 협상은 당에 맡기고, 대중조직은 투쟁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일 텐데, 어렵다. 앞으로 당이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기 전까지는 불가피하다. 또한 집권당은 당과 대중조직의 정상적인 공조체계를 와해시키려고 할 것이다.”

- 노사정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비정규직 당사자가 참여하지 못했다. 이것 역시 논란이 있다.
“민주노총이 협상팀을 짤 때,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전비연)에 참여하라고 했는데 (들러리식 협상에 반대한다며 전비연이)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전비연이 참여한다고 하면 정부와 재계 쪽에서 안 받을 것이다. 협상파트너로 인정되는 건 양대 노총뿐이다. 제도적, 형식적, 관행적으로 그렇다.”

- 현재까지 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 사업은 민주노총을 통한 사업이었다. 앞으로는 비정규직 조직화에 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도 나서야 한다. 당은 두 가지를 해야 한다. 하나는 법안과 제도 문제에 대해 피부에 와 닿는 대안을 가지고 알리고 쟁점화 시켜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화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당은 당대로 민주노총은 민주노총대로 조직해 나가야 한다. 조직은 민주노총으로 가고, 그 정치적 지지는 민주노동당이 가져가야 한다. 조직화에 우리도 나서야 한다.”

- 당의 조직화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되는 것인가.
“지역 내 비정규직 밀집지역을 발로 뛰어 다니고 접촉면을 넓혀가야 한다. 노조로 조직하며, 당원으로 만들어 가야한다. 비정규직이 당내에서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장시켜야 한다. 다른 방식이 있겠는가.”

- 비정규직은 당원 가입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를 통한 당내 주체 형성이 가능한 일인가.
“쉬운 게 어디 있는가? 당원 확대 사업은 어렵더라도 해야 한다. 정치적 토대도 넓히고, 그 사이에 한 두명씩이라도 당원으로 가입시켜야 한다. 그 자체가 정치적 기반을 굳혀가는 것이다. 당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끌어내면서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노동할당 문제는 현재 민주노동당의 뜨거운 감자다. 오는 12월 중앙위에서 논의 될 예정이지만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쟁점는 두가지, 28%에 달하는 노동할당을 어떻게 할지와 비정규직 할당을 어떻게 할지다.

- 비정규직 할당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그 문제에 앞서 28%의 할당을 받고 있는 노동할당에 대한 의견부터 말해 달라.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역할은 그 구성원으로부터 평가받고 수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같은 구조로 노동할당이 되는 것은 검토할 지점이 있다. 할당은 정치적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할당하는 조직 내에 다른 판단요소가 끼게 된다. 대의원이든 중앙위원이든 정치적으로 평가받고 직책을 수임하는 사람이 더 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금 할당은 조합원 수에 따라 연맹별로 배정되고, 그 다음에는 또 사업장 별로 배정된다. 이 방식을 합리적이지 않다. 당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평가되지 않는다.”

- 비정규직 할당을 어떻게 할지 역시 고민되는 지점이다.
“민주노총 할당처럼,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에 몇 명 뽑아서 보내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차라리, 여성할당처럼 선출되는 수의 몇 프로를 비정규직으로 해야 된다는 식이 합리적일 것이다.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당에 대한 이해와 활동에 대한 검증 없이는 할당되는 것이 맞지 않다”

- 지역에서 여성할당을 채우는 것도 거의 ‘전쟁’ 수준이다. 비정규직 할당을 채울 수 있겠는가.
“전쟁 치러야 한다. 그래야 조직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사람이 올라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몇 프로인지가 중요하다기보다 어떻게 평가해서 올려보내는 지가 더 중요하다.”

- 당의 비정규직 할당 문제나 사업방향을 논의할 때도 비정규직 당사자가 함께 할 자리가 없다.
“어찌 됐던 민주노총에도 28%의 할당을 준 것은 민주노총이 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전비연에 할당을 줄 것인가, 이건 고민해야 한다. 전비연이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노조들로 조직돼 있긴 하지만 전비연 차원의 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룰 때 비정규직 당사자가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이가 없다. 하지만 어찌됐던 당이다. 당에 동의하고 활동할 사람이 일을 해야 한다. 할당 문제는 이런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


- 사업을 잡고 예산을 잡는 초기상태에서는 시혜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의식적으로 세우지 않아서 그렇다. 당원 중에도 비정규직 많다. 그들이 당원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주체를 세워야 한다. 그게 조직 내 기구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 기구가 당에서 비정규직 사업을 총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야 한다. 내외적 주체 형성을 해 나가야 한다.”

적지 않은 당직자들이 일을 하고 있지만, 둔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민주노동당 체계. 비정규직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어떤 체계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물었다.

- 당의 중앙당과 지역조직 체계는 어떻게 바꿔나가야 되는 것인가. 특히 중앙당에는 100명의 상근활동가가 있지만 ‘주력하겠다’는 비정규직 사업을 할 사람은 별로 없다.
“방식은 여러 가지로 고민해야 한다. 당의 중앙 상근인력은 법으로 제한돼 있다. 당이 해야 할 일상적인 사업, 기본적인 업무는 해야 한다. 비정규직 사업을 당의 골간구조에서 담보하긴 쉽지 않다.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사업단위를 달리 하면서 재원을 만들고, 사람을 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100명으로 묶인 상근인력 내에서 빼내서 비정규직 사업을 하는 방식으론 어렵다.”

- 현재 중앙당에서는 비정규직운동본부가 있다. 그 조직과 인원으로는 공격적인 사업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인원 한 두 사람 더 늘리고, 예산 좀 늘려서 될 일은 아니다. 그런 식의 접근 방법으로는 당의 비정규직 사업 못 바꾼다. 재원조달 문제부터 다 바꿔야 한다. 당비를 올리는 문제 등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한다.”

- 비정규직들의 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인가.
“조직화 사업은 별개의 사업으로 둔다고 해도,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계는 일상적인 활동으로 결합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이 없다. 함께 한다고 해서 얼마나 해결되겠는가. 문제가 해결되던, 안 되던 요구도 들어주고, 그 문제로 노동부 닦달도 하고, 그러면서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지역차원에서는 비교적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안이 터지면 끊임없이 붙어서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문제는 중앙당에 대한 불신으로 안다. 그 문제도 비정규직운동본부 생기고,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일선 활동가들이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인가. 한정된 인원으로 뭘 할 수 있을지도 고민되는 지점으로 알고 있다.
“오늘 하루아침에 답이 나오지 않는다. 센터를 만든다는 식으로 단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해야 한다면 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지 만들고, 뭘 가지고 어떻게 할지 답을 내야 한다. 센터 개장이 급한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 수립이 중요하다. 센터전환은 말하는데, 뭘 할지는 답이 없다.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출발할 때다. 당에서 성공적인 사업으로 회자되는 학교급식조례 제정사업이나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신용상담사업의 경우도 뭘 할지, 어떻게 접근할지 정하고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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