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경남도당 대표)이 제시하는 로드맵, “‘클로즈드숍’을 지향하는 지역별 조직 건설안”은 우선 ‘생경’하다. 비정규직 관련 법제도 개선과 연대투쟁으로 쏠려 있는 민주노동당의 일상적인 사업방식과 방법론부터 큰 차이가 있다.

문 위원장의 관심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문제와 저임금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버릴 수 없는 원칙이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비정규직을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 위원장의 로드맵은 이미 그가 도당 대표를 맡고 있는 경남에서 ‘실험’이 준비되고 있다. 인터뷰는 22일 오전 당 사무총장실에서 한시간 동안 진행됐다.

- 비대위는 당의 지역조직을 비정규직센터로 전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우선 비정규직 문제에는 중소영세사업장의 미조직 노동자도 포함될 것이다. 우리가 ‘센터’로 전환하자고 해서 모든 조직이 되진 않을 것이다. 예컨대, 창원시위원회의 경우는 민주노총 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 내와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것을 통째로 바꾸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이 경우에는 조직 내에 비정규직 사업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중심축을 만들면 될 일이다.
또한 공장 노동자들이 많지 않은 지역의 경우 비정규직과 도시빈민 문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업에 정치적 의미로 ‘비정규직센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역적 특징에 맞게 가면 될 것이다.”

비정규의 문제는 고용불안과 저임금

- 비정규직 조직화에 민주노동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당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고용불안정의 문제와 저임금의 문제, 이렇게 두 가지로 본다. 이 문제의 해법의 원칙은 정규직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단번에 바꿀 순 없다. 그렇다면 우선 있는 비정규직들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어떻게 할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고용불안의 문제는 지역적 조직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부분에 당 지역조직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으로 조직했을 때, 개별 사용자와도 논의할 것이 있겠지만 중요한 방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교섭을 통해 지역적 구속력을 갖는 고용조건을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문성현 위원장은 집행위원장을 맡은 초기에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본지 11월15일자>에서 “지역별 클로즈드숍 형태의 노조를 통한 비정규직 조직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에는 “구상 중인 사업이어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부분을 물었다.

- 지방자치단체와 교섭이라는 방향은 생소하다. 가능할지도 의문인데.
“포괄적으로 가면 법제도의 문제가 되겠지만 이 역시 주체의 문제다. 비정규직을 어디서 어떻게 묶을 것인가? 기업별로 쪼개서는 유용하지 않다. 현재의 조직은 업종별로 된 경우가 있다. 덤프와 레미콘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리고 일반노조 형태의 지역적 조직화가 된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대부분 공공기관들이다. 또한 하청 노동자들이 조직된 형태가 있다. 이들을 어떻게 묶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을 지역으로 묶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사용자의 영역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미조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의 사용자 역시 영세할 것이며, 영세사업자에게 이것저것 요구한다고 해서 들어줄 수 없다. 그래서 지역별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만들어가고, 이 비용의 상당부분을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의 문제를 지역틀 내에서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 왜 클로즈드숍인가?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근로조건이 만들지고 있고,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는 노조를 통해 단체협상을 맺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노동기본권의 범위 안에서 근로조건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비정규직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묶음이 지역별 공급권을 확보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인 그들이 노동결정권을 가지고, 기준을 정하기 위해선 지역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나는 그 방법으로 클로즈드숍을 제안하는 것이다."

- 클로즈드숍은 배타적이다. 의도하지 않은 문제가 터질 수도 있다.
"클로즈드숍의 일반적인 문제는 비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급권을 가지면서 민주적으로 운용이 안 되고 관료화 되는 경향이 있다. 이 지점을 우리가 분명히 유념하고 있다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당기간 기업별노조 넘지 못할 것…비정규 노동자, 지역으로 묶자

- 기존 민주노조 운동의 조직화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총연맹이 표방해 온 기본적인 방향은 산별이다. 기본방향은 산별이 맞다. 하지만 우리 노동운동은 아직 산별을 완성하지 못했고, 상당기간 동안 기업별 체계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별 노조의 기계적 결합체로 상당 기간 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볼 때, 비정규직 문제와 영세사업장의 미조직 노동자들의 문제에 현재의 노동계가 제대로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조직화는 시급하다. 이 단계에서 지역별 조직 건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지역별 조직화가 상당히 진전돼 그 나름의 관성을 가지게 되고, 그로 인해 산별의 발전에 지장을 준다면 그때는 심각한 토론의 지점이 생긴다고 본다.”

정리해 보자. 지역단위로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한다. 지역노조 또는 협회가 노무공급권을 갖고, 지자체와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노동조건의 가이드라인을 잡아간다. 이에 따르는 비용은 지자체가 상당부분 부담한다. 이 경우 노조는 일종의 지역 내 고용센터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바로 제기되는 문제가 몇가지 있다.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은 차치하더라도, 그 예산은 어찌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당의 기본 원칙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다. 이건 비단 비정규직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원하청 관계로 엮여 있는 전체 노동계급의 문제다. 노동자의 임금의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해결을 위한 비용의 문제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임금구조와 관련된 전반적인 구조를 충분히 실사해야 할 것이다. 외국자본의 이윤, 대기업 자본의 이윤은 구조적 저임금 구조 위에 떠 있다. 이들의 ‘수탈’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가 필요하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넘어갈 때 온당치 못한 부분,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불합리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 속에서 우리의 요구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이 부담해야 할 것을 부담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완강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고, 100% 되지 않을 것이다. 필요조건이지만 충분하지 않다. 충분조건을 충족하는데 정부의 역할과 우리 노동자들의 역할을 잡아가야 한다.”

- ‘비용의 문제에서 노동자 역할이 필요하다’면, 거칠게 말하면 임금을 나누는 문제인가.
“그렇게 접근하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임금 삭감이나 동결은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자본과 정부는 그렇게 하고 싶겠지만 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단지,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자본의 역할에 더해질 충분조건으로 노동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임금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 얼마나 책임을 질 것인가를 책임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 할당,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로드맵은 ‘정치적 상상력’을 더해 초안을 그리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그 ‘구상’에 따르자면, 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것일 터다.

“이것이 당의 기준사업이 되기 위해선 구체화가 필요다. 또한 당의 조직 확대에도 기여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더불어 공유도 해야 한다. 치열성도 담보돼야 한다.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고용의 문제는 정규직화로 해결해야겠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비정규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는 우선해서 접근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드는 비용과 예산의 문제에서 우리 노동자가 어떤 수준에서 참여할지를 당이 조정해야 할 것이다.
참여 수준과 시점에 대해 상당히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생각도 다를 것이다. 생각의 통일 과정은 실사구시를 바탕으로 토론해야 한다. 이 문제는 ‘정파’문제가 아니다. 열어두고 토론해야 한다. 지금은 이 문제를 ‘문성현’이 말하지만 1년 후에는 당내 비정규직 주체들이 말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 문제가 실종되지 않고 갈 수 있다. 시급한 문제는 당내에 비정규직 주체를 세우는 것이다. 의결 구조 주체뿐만 아니라, 실질적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은 지금부터 당장 해 나가야 한다. 적어도 1년 후에는 당내 비정규직 동지들이 당의 비정규직 사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 비대위에서 비정규직 할당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당내 의사결정구조에 비정규직의 역할을 높이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비정규직 주체를 세워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얼마나 할당을 할지는 논의해볼 주제다. 28%의 할당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과 논의해봐야 한다.”

- 노동 할당의 경우는 민주노총이 할당된 최고위원·중앙위원·대의원을 선임하는 구조다. 비정규직 할당의 경우는 누가 어떤 경로로 선임해야 하는 것인가. 어느 조직이 대표성을 가질지도 중요한 문제다.
“일단 민주노총에 할당된 28%의 범위 안에서 비정규직 할당이 고민돼야 한다. 민주노총과 논의해야 할 것이고,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지역별 일반노조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조들과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 당내 비정규직 사업 주체를 세운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할당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비대위는 당의 중심사업으로 비정규직 사업을 잡고 있으며, 이후 당의 주요한 전략사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아직 비정규직들은 당 밖에 있다. 비정규직 사업은 당이 비정규직들에게 뭔가 해주는 사업이 되어선 안 된다. 전략적 사업이라는 면을 고려해 그에 합당한 할당이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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