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한창 백가쟁명 중이다. 다양한 진단과 해법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매일노동뉴스>가 청사진을 모아본다. 먼저 ‘민주노동당 비정규직 사업, 이렇게 풀어야 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연쇄 인터뷰를 싣는다. 그 첫번째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제시하는 ‘방향’과 ‘해법’을 소개한다. 이후 문성현 비대위 집행위원장, 단병호 의원, 이해삼 당 비정규직운동본부장의 ‘구상’을 차례로 소개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매일노동뉴스>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더불어, ‘정치적 상상력’이 포함된 답을 요구했다.<편집자 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주장은 “대중 속으로”라는 말로 집약된다. 민주노동당이 인식하는 ‘대중’의 폭은 지나치게 협소하며, 그것을 깨고 접촉면을 넓히지 않고서는 ‘비정규직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노회찬 의원은 “비정규직 조직화를 양대노총에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민주노동당이 직접 조직화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부문할당에 대해선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인터뷰는 21일 오후 노회찬 의원실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 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 사업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긴 어렵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생각하는가.
“1,400만 노동자 중 11%만 조직돼 있다. 나머지 89%의 대부분이 100인 이하 사업장이다. 그중 70%가 비정규직이다. 진보정당운동은 그들에게 다가서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10·26 재보선 패배 이후에 많이 나오는 말이 ‘우리는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애석하게도 그들이 몰라준다’는 말이다. 그나마 ‘몰라준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극소수의 운동권과 조직화 된 사람들이다. 수직계열화 된 하청사업장에서만 말이 나온다. 그 나머지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 양대노총이 많은 역할을 하긴 어렵다. 그 조직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운동적으로 파고들기 어렵다. 마치 농사짓는 사람에게 고기 잡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고기를 잡을 수는 있지만 주업이 될 수 없다.
노사정 협상 테이블에서 정책·경제적 차원에서 양대노총이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것은 맞지만 조직화를 직접 하는 것은 어렵다.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 정당이 노동자 대중을 조직화 한 역사는 선진 진보정당의 역사에서 뿌리 깊다. 우리가 너무 기계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비정규 문제, 양대노총이 많은 역할 하긴 어려워"

- 현재까지의 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 사업은 ‘민주노총을 통한 사업’ 방식이 주를 이뤘는데.
“우리 정규직 운동은 산별의 완성단계가 아니다. 거의 기업별 노조 차원이다. 이 조건에서 그들이 직접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 나서긴 어렵다. 우리 운동의 모습을 봐라. 제도적·정책적 지원에 더한 ‘플러스 알파’가 없다. 노조 활동가 일부가 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섰지만 민주노총 차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 비정규직 노조가 생기는 곳도 의식과 조직화가 높은 곳에서만 됐다. 원청노조가 있는 곳에서 하청조직이 생기는 수준이다. 이건 극히 일부다. 더많은 비정규직을 민주노동당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 하지만 당이 직접 나서는 사업모델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공신력을 가져야, 지명도가 있어야 주민사업을 할 수 있다. 조직사업에도 단계가 있다. 전에는 민주노동당의 이름을 걸고 사람을 찾아가면 당 설명하느라 시간 다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당의 이름으로 찾아가야 한다. 주민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조직사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이제 어디 가서 ‘민주노동당’이라고 말만 해도 화제가 만발한다. 마구잡이로 욕하는 사람부터 친한 척 하는 사람까지 반응이 온다. 한나라당이라고 말하면 안 돼도 민주노동당이라고 하면 반응이 있다.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주민 속으로 파고들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현재까지 민주노동당 분회의 실천이라는 게 당원들끼리 술 먹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거기서 벗어나면 청소하기처럼 비정치적인 일로 진행되고 있다. 자족적인 집단행동이다. 지역에서 만나는 주민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일반의 아픔이 주민들 속에 있다. 이 고리를 쥐고 사업을 풀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비정규직 문제로 시작하지만 주택 문제, 교육 문제 등 생활 전반의 문제와 만나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과 교육 민원을 풀어가며 자생적 조직화가 가능할 것이다.”

- 하지만 각 지역조직의 상근인력과 예산의 한계가 있다. 거기서 발생한 한계가 적지 않은데.
“당 지역조직의 조직사업은 지속성을 가지는 주민 참여가 없다. 당원 사업은 동원형이다. 의무감을 자극해서 캠페인과 집회에 참여하도록 하고 가두 선전전을 하게 한다. 이제 지역사업을 비정규 사업으로 하자는 것이다. 센터로 바꿔서 새 영역을 개척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정규직을 전문적으로 상담·지원하는 조직은 거의 없다. 온갖 상담 지원사업이 있지만 비정규직 상대로 한 사업은 없다. 이걸 전공으로 내걸고 동내마다 하나씩 있다면 다를 것이다. 상담, 조사, 연구, 주민 참여까지 현장 ‘초소’가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풀어갈 수 있다. 비정규직들이 드나들면 취업정보도 제공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500명 정도의 회원을 두고 사무실 유지하면서 상근자를 두는 곳은 민주노동당 지역조직 밖에 없다. 당은 당원들만 드나들어서는 안 된다. 당원들은 먼저 찾아가는 활동을 해야 한다. 지역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의 고통과 애로를 느끼고 있다. 호별방문을 하며, 고용과 노동 관련된 통로를 만들어가야 한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500미터 정해서 호구조사 해 보자. 그냥 호구조사 하면 반응이 없어도 비정규직 호구조사 한다고 하면 반응이 있다. 그 호구조사는 선거 때 훌륭하게 쓰일 것이다. 당이 가진 자원을 연결해야 한다. 상근자 1~2명이면 할 수 있다. 축약하자면 ‘대중 속으로’다. 운동권과 인텔리, 조직 농민·노동자로 구성된 당을 탈피해야 한다. 우리가 느끼는 대중은 실제 대중에 비해 좁혀져 있다.”

"주민을 찾아 만나는 게 비정규사업"

- 당이 나서서 조직하자는 말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조직화 형태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여러가지 조직형태가 있다. 대중운동 초반에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지역별 특성과 선호에 따라 가면 된다. 사업장 중심, 지역 중심으로 다양한 조직화가 가능하다. 지역적 특성과 조건에 따라가다 보면 전국전인 차원에서 진행될 사업이 잡힐 것이다. 87년 이후 초기 민주노조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돼 왔다. 지역별로, 심지어 대기업끼리 묶인 경우도 있다. 다양한 것이 형성됐지만 이것이 조직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초기 조직은 유연화 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야 한다.”

- ‘납세자 동맹’과 같은 협회, 국민운동 형태의 비정규직 조직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납세자 동맹은 권리와 감시에 대한 선진적인 형태다. 노조로 향하는 모임이 초기에 유형을 잡아가면서 고려해 볼 운동이다. 현재 우리 노조의 주류가 산별이면 일이 쉽겠지만 그것이 안 된다면 독자적인 조직 형태로 가야 한다. 그것이 일종의 법외노조의 형태라면 사용자쪽에서 인정도 안할 것이다. 초기에는 ‘협회’와 비슷한 형태가 고려돼야 한다. 노조 조직 이전에 잠재적 형식으로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어차피 마지막은 제도화다. 임금과 노동3권 문제를 사회적 제도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기본적인 안전판이다. 대중조직화를 통해 투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제도개선이 통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말이다.”

- 비정규직 당원 확대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것은 당원배가 사업을 더 중시하는 것 아니겠는가. 의미는 있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대중사업은 대중사업이다. 당원화 사업은 무리다. 어차피 (대중과 당의) 인식의 괴리가 크다. 의지와 투지는 좋으나 당원화 사업이 비정규직 사업의 주요 사업은 아니다.”

"비정규사업은 당원배가사업과 분리돼야"

 

 

 

이즈음에서 인터뷰는 대 민주노총 관계의 문제로 넘어갔다. 2004년 원내진출 이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는 ‘화목’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당이 비정규직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말과 조직노동자를 늘려야 한다는 말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 사이의 분업관계를 어찌 할 것인가 등 아직 논의되지 않은 주제들이 산적해 있다.

- 당-민주노총 분업관계가 명확하지 않게 1년반이 흘러왔다. 가끔은 민주노총이 국회에서 ‘정치’하고, 민주노동당이 당원 모아서 ‘집회’하는 모습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역사적 배경이 있다. 조합운동이 당 운동보다 빨리 시작됐고, 직접 정치를 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당의 의석수와 위상과 힘으로 봐도 (노동조합이) 직접 하는 게 쉬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정권과 자본의 입장에서 봐도 당을 통하기가 답답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또한 당과 노조를 분할할 의도도 있지 않겠는가.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건 간단하게 안 된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문제의식은 있어야겠지만 지금 민주노동당이 (노동계 정치의) 전면적인 대리자 역할을 하기 어렵다.”

- 당이 직접 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서는 것이 자칫 민주노총과 갈등의 소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에 오해가 있을 경우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사업은 민주노총에게 많은 여지가 있지 않다. 하지만 조직화가 전진되면 민주노총 입장에선 좋은 것 아니냐. 잘 되면 조직된 사람들을 민주노총이 맡아서 하면 된다. 이미 만들어진 노조는 정당과 대등한 조직인데, 만드는데 역할을 했다고, 당과 노조가 지도 피지도관계가 되는 것은 안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 노동계 전면대리자 역할 하긴 어려워"

이 즈음에서 노회찬 의원은 ‘총자본과 전선’에서 진보진영, 노동운동 진영이 결코 유리한 조건에 설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노동계는 더 갈라질 것이고, 자본은 계속 더 갈라지게 ‘획책’할 것이라는 점. 앞서 노 의원이 주장한 ‘당이 비정규직 조직화에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말은 사실, 영역의 확대라는 느낌과 더불어, 다가올 ‘더한 위기’를 막을 ‘둑’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했다.

“지금 노동운동은 위기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2007년 복수노조 허용으로 현장은 달라질 텐데, 조직률은 여전히 11%다.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오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운동은 계속 힘들게 된다. 양대노총으로 갈라진 현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속도와 방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극복의 과제다. 이 대립 양상은 복수노조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서 노동운동을 더욱더 사업장 안으로 쏠리게 할 것이다.
복수노조 시대에, 건전한 의지를 가진 그룹이 있다고 해도, 밖으로 연대나 하러 다니는 것이 조합원들에게 용납되겠는가. 각 사업장은 사업장 문제에 더 매몰될 것이다. 산별의 과제와 11%의 조직률을 높이는 과제, 양대노총의 통합의 과제 등 많은 과제들이 쌓여 있다. 다른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비정규직 해법의 문제는 이것과 맞물려서 가야 한다.”

"할당,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민주노동당은 대의원, 중앙위원에 대한 노동계 할당, 사실상 민주노총 할당으로 전체 부문할당의 절반을 배정하고 있다. 또한 최고지도부의 1인을 민주노총에 배정하고 있다. 10월 중순 당 중앙위를 앞두고, 이 할당을 어찌할 것인가 역시 민주노동당의 쟁점 중 하나다. 또한 비정규직 할당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고, 초안이 비대위에서 제출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할당을 통한 대표성 획득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비정규직 할당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할당은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또한 할당 자체가 ‘떼주기’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또한 할당이 현재처럼 기득권 쥐고 있는 할당을 통해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식으로 가선 안 되며, 노동자 중심성을 할당을 통해 지키려고 하는 것은 불건전한 방식이다.
할당은 일시적이어야 한다. 당 초기에 나 역시 할당제가 필요함을 주장했지만 이제는 할당을 줄이고 없애가야 할 시점이다. 예를 들며 최고지도부를 봐라. 13명의 최고위원 중 어떤 할당과 관계 없이 선출되는 최고위원의 수는 불과 3명이다. 그것이 1기 지도부 실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비정규직에 대한 인선과정의 배려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사업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지지를 받고 대의원·중앙위원·지도부에 당선되는 것이 건강한 모습니다. 노동할당 줄여야 한다. 비정규직을 안배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향후 전망까지를 고려해 볼 때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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