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인지 대화인지를 두고 노사가 초반 ‘신경전’을 벌이는 것과 함께 이번 노사 교섭의 ‘무게’를 두고서도 노사간 물밑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노동계는 이경재 환경노동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계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사 교섭을 ‘인정’한 데다, 이 위원장이 노사에게 비정규법 교섭을 하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교섭은 비록 열린우리당이 주선했지만 교섭 진행 과정은 환노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는 환노위 차원의 교섭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지난 4월 노사정 협상은 이목희 법안심사소위원장의 주재로 열렸으므로, 환노위 차원의 노사정 ‘협상’이 맞지만, 이번 ‘대화’는 열린우리당이 주선했으므로, 지난 4월 협상과 전혀 다른 성격과 형식의 ‘대화’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경영계는 ‘대화’에 나가기는 하겠지만, 법안을 두고 벌이는 ‘협상’이 아닌 ‘노사간 임의적인 대화’이므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태도이다.

노사가 이같은 태도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이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교섭의 실효성이 좌우되고, 지난 4월 노사정 교섭 결과의 연장선 여부도 가려지기 때문이다.

노동계 의견대로 환노위에서 노사 당사자에게 일정한 권한을 ‘위임’했다면, 환노위는 이후 법안심의 등 입법과정에서 노사 교섭에서 논의된 결과와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즉, 교섭을 기피하거나 불성실하게 나온 쪽은 그만큼 법안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므로, 환노위 법안 심의에서 그에 따른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경영계는 지난 4월 교섭을 환노위 차원의 공식적인 ‘노사정 협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동응 경총 상무는 15일 “이번 대화는 열린우리당 차원에서 하는 것이고, 지난 4월 협상은 환노위 차원에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이번 교섭까지 환노위 차원의 교섭으로 인정하게 되면, 이는 결국 4월 노사정 협상의 연장선이라는 사실까지도 인정해야 하는 논리와 맞닿게 된다. 그간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선을 ‘정부안’이라고 밝혀 온 경영계로서는, 정부안에 비해 노동계 요구가 조금 더 반영된 4월 협상 결과를 인정하면서 이번 교섭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하지만 경영계 주장대로 이번 교섭이 열린우리당이 주선한 단순한 ‘노사대화’라고 본다면, 환노위가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교섭 과정이나 결과를 특별히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노사 교섭을 ‘열린우리당이 주선한 임의 교섭’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강조하고 나설 경우 논란이 일수도 있다. 그만큼 교섭의 실효성이 낮아지는 것이고, 당연히 교섭장의 힘도 빠지게 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