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에 부채질?” 지난달 28일부터 해태제과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자 롯데제과가 ‘해태제과 파업으로 인한 제과 시장조사’를 한다며 해태제과 노조의 일거일동을 사찰 및 감시해 왔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해태제과 노조(위원장 공호찬)는 단체협상 결렬로 지난달 28일부터 △노조 인정 △고용보장 △단체협약 쟁취 △노조탄압 중단 △부당한 인사발령 철회 등을 회사쪽에 촉구하며 전면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4일 화섬연맹과 해태제과식품 일반노조에 따르면 해태제과 노조원 800여명은 지난 2일 오후 7시께 철도노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문화제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이 해태제과 노조원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해태제과 노조원들에게 붙잡혔는데, 알고 보니 경쟁업체인 롯데제과 기획팀 정아무개 과장이었다는 것.

롯데제과 기획팀 정아무개 과장은 이 자리에서 “해태제과 파업으로 인한 제과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고 노조쪽에 밝혔으며, 노조가 사진 필름을 확인한 결과 디지털카메라 칩 두 개 분량에는 지난달 28일 총파업 투쟁 돌입 직후부터 해태제과 노조에 대한 감시와 사찰을 해 온 증거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노조에 충격을 줬다.

노조 관계자는 “정씨의 명함과 신분증 확인을 통해 롯데제과 소속이라는 것을 알아냈으며, 노조에 대한 사찰과 감시를 해왔다는 사진과 동영상을 확보해 놨다”고 말했다. 노조는 “롯데제과가 도덕적 윤리마저 저버린 악질기업의 표본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롯데쪽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조는 노조 및 노동자를 탄압하는 대표기업인 롯데제과가 저지른 이번 사건은 기업간의 최소한의 윤리와 상거래 상 예의마저 저버린 충격적 사건이며, 롯데쪽의 사찰과 감시는 사전에 예견된 해태와 크라운에 대한 공격이자 침탈 행위로 향후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맹과 노조는 이와 관련 “국내 제과업계는 크라운의 해태제과 인수로 제과 시장의 판도가 바뀌게 된다는 전망으로, 업계는 물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롯데의 사찰과 감시라는 엄혹한 현실 속에 현명하고 즉각적인 총파업 투쟁 해소의 노력을 당부한다”고 회사쪽에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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