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섬유업체들의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행위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의 노조탄압 행위는 거의 70년대 수준의 구태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게 노동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들은 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하기보다는 노조탈퇴를 강요하며 노조를 굴복시키거나, 급기야는 노동자들을 해고시키기 위한 명분찾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 있어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4일 화섬연맹(위원장 배강욱)에 따르면, 상당수 단위노조들이 회사쪽의 계속되는 노조 탄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생산해 왔던 금강화섬노조는 지난 2월 경한인더스트리가 금강화섬을 인수해 새 주인이 됐으나, 1년 넘게 공장사수투쟁을 전개하면서 공장 재가동 및 단협·고용·노조 승계(3승계)를 촉구하고 있는 노조의 대화요구를 묵살하고 250여명의 용역경비를 채용해 노조의 퇴거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경한인더스트리는 지난 2일 “고용보장은 절대 안 된다”면서 “9일까지 공장을 나가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노조와 대화의사가 없음을 최종 통보했다.

코오롱노조는 (주)코오롱이 지난 2월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전·현직 간부 78명을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해고하자, ‘정리해고 분쇄 투쟁위원회’를 결성한 뒤 해고 철회를 위해 투쟁을 전개해 왔으나 회사쪽의 노조탄압 의혹 속에 결국 석달 만인 지난 5월 현 9대 집행부 전원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집행부 총사퇴에 따라 노조는 다음달 13일부터 14일까지 제10대 임원선거(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를 실시할 예정이나, 노동계는 “회사쪽의 극심한 노조탄압으로 노조가 자발적으로 붕괴된 상황에서 회사쪽과 가까운 어용노조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보내고 있다. (주)코오롱 또한 경한인더스트리와 마찬가지로 지난 3월7일부터 시설보호와 관리자의 신변보호를 이유로 용역경비원 60여명을 채용해 코오롱 구미공장 해고자들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다.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PVC바닥재를 생산하고 있는 충남 아산시 (주)KCC 아산공장노조는 지난 3월22일 노조를 설립했으나 회사쪽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며 지난 4월18일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한 뒤 ‘희망퇴직’을 공고하며 사실상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현재 △합법적인 노조활동 인정 △산별노조 인정 △조합원 탈퇴공장과 노조탄압 중단 및 성실교섭 △집행부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등을 요구하며 회사쪽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회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3일 크라운제과 인수를 앞둔 상황에서 고용불안 등의 위기를 느끼고 결성된 해태제과 노조도 △노조 인정 △고용보장 △회사쪽의 노조탄압 중단 △부당한 인사발령 철회 등을 촉구하며 지난달 28일 서울 남영동 해태제과 본사 사옥에서 옥쇄투쟁을 전개 중이지만 회사는 “파업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