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로만 구성된 독자적인 노조가 결국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노동부는 지난달 3일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로 조직된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조’가 제출한 설립신고서를 미등록(불법체류)이주노동자가 조합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려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대해 이주노조와 이주노동자관련 단체들, 양대노총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신고필증 왜 반려됐나

노동부가 노조설립 신고서를 반려한 핵심적인 이유는 조합원의 대부분이 미등록(불법체류)이주노동자라는 점이다. 노동부는 “취업자격이 없는 불법체류 외국인의 경우 과거에 형성된 근로관계에 따른 임금지급·산재보상 등의 보호는 별론으로 하고, 장래에 있어 ‘근로조건 유지·개선 등’을 목적(노조법 제2조4호)으로 하는 노동3권 행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부의 이러한 판단은 노조 설립에서 실질적인 근로관계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자성보다는 ‘불법취업자’들이 ‘근로조건 유지·개선 등’ 노조의 목적과 배치된다는 점을 주요하게 적용한 것이다. 노조법 제2조 4호에 따르면 ‘노조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노동부는 “대법원도 불법취업의 경우 당사자에 대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장래 근로계약상의 의무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95.9.15, 대판 94누12067)하고 있다”며 장래 근로계약상의 의무이행을 청구할 수 없는 ‘불법체류자’는 노동3권 행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노동부는 “국제기준도 불법체류자에 대해 임금 등 과거 고용에서 발생한 권리는 보장하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또한 “노조법은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국가의 ‘조력과 배려’를 예정하고 있으나 국내 체류 및 취업 자체가 불법인 외국인에게 불법 고용관계에서 이익 증진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주노동자노조 등 강력 반발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노조 정원경 사무처장은 “조합원 다수가 한국에서 10년 이상 노동자로 살아왔는데 한국정부가 이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우선 노동부 판단에 대한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처장은 이어 “설립신고서와 상관없이 계획대로 지역별 지부건설이 진행되고 있다”며 “노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우삼열 사무국장도 “이미 대법원에서 불법체류자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된 만큼, 이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기본 권리”라며 “노동부 판단은 상당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우 국장은 “이주노조 인정을 위한 여론화 작업을 벌여 나갈 것”이라며 “또한 인권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정부의 합리적 외국인력 정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노조는 양대노총, 참여연대, 전국여성노조, 인권운동사랑방 등과 함께 7일 오전 명동성당 입구에서 ‘이주노동자 노조 탄압, 인간사냥 강제추방 규탄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며 각 단체별로 1인 릴레이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노동부 판단에 법조인, 법학자 등 전문가들도 반대 의견이 만만찮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대법원도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 또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출입국관리법의 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는 것은 별도 문제이고, 근로계약은 유효한 만큼 불법체류자라고 하더라도 근로관계의 실질에 의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은 노동법 원리상 당연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양대 강성태 교수(법학)도 “체류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은 출입국관리법상의 문제이지 그것 때문에 노동3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림대 김재훈 교수(법학)는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단속추방 등으로) ‘실질적' 근로계약이 해지될 때까지는 기제공된 노동에 대한 권리는 물론 앞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있는 근로에 대한 권리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미등록(불법체류)이주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주노동자노조의 인정을 놓고 의견대립은 물론, 행정소송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