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과 강제추방은 그 수위와 범위에 있어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즉, 평일이나 휴일, 이른 아침과 늦은 밤 등 시간과 숙소, 공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폭언과 폭행, 심지어 가스총이 난무하는 단속에 이미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는 것은 물론, “너는 풀어 줄 테니 친구 있는 곳을 대라”는 식의 밀고 강요 협박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양심마저 포기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존재 자체가 마치 우리 사회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도 되는 양 인권침해 양산이라는 사회적 비난에도 무리한 단속을 지속하는 이유는 지난해 말로 18만 명으로 추산되는(혹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수를 줄이자는 것이 정부의 최대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 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력수급계획을 보더라도 "2005년에는 불법체류자 감소 목표에 충실한 외국인력 수급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무부도 지난 2003년 합법화된 이주노동자들의 비자가 끝나는 시점인 8월말께 11만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돌아가지 않고 불법체류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야말로 총력 단속중인 것이다.

지난 4월 중순, 군포 부근에서 잡힌 베트남 노동자에게 단속반원이 동료 20명을 잡도록 ‘협조’하라고 협박하여 18명을 잡은 사건은 이미 우리를 경악케 하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의 자유마저 반하게 만든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그 사건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번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 직후 바로 그와 유사한 단속사례가 김포에서도 발생했음이 회원단체 실무자에 의해 확인됐다. 이는 개별 단속반원의 즉흥 판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단속목표 달성과 단속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출입국측의 의식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료들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출입국측의 추악한 의도를 은폐시키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뿐 아니라 미등록노동자인 방글라데시 M씨는 고국에 돌아가고자 지난 3월11일 지하철 대림역 부근의 한 여행사에서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잠시 화장실로 가던 도중, 출입국 직원에 의해 단속돼 이틀 뒤면 자진출국 할 예정인데도 그대로 출국됐다.

몽골 여성 N(46)씨는 치아 상태가 몹시 나빠 대학병원의 지원을 받아 한 달간 집중치료를 받기로 했으나 두 번째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던 지난 4월 21일, 지하철 회기역 부근에서 단속됐다.

며칠 뒤면 자진출국 할 사람을 잡는 것이나 치료중인 사람을 출국시키는 비인도적인 처사에 더해 최근에는 부모와 함께 생활하던 몽골 청소년 4명이 강제출국 돼 한국에 있는 부모들과 강제이산 된 경우도 전에 없던 새로운 양상이다. 여기에 이주노조 위원장이 새벽에 강제연행 된 점은 더 말해 무엇하랴.

이상 열거한 사례들은 최근의 단속이 그 도를 넘어서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나 이 또한 빙산의 일각임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지난 10여년이 넘도록 되풀이돼온 불법체류자 단속과 강제추방, 과연 그것만이 해법인가?

이 문제에 관한 한 정부의 태도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은 단속 양상이 더욱 정교하고 혹은 교묘해졌다는 점일 뿐. 정부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의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이주노동자 대사면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현재 체류하고 있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사면, 합법화해 노동력으로 인정하는 것, 장기체류자에 대한 영주권 부여 등에 대한 검토, 아울러 장기적인 이민,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한 정부부처간 통합적인 정책 마련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약간 빗나간 얘기 같지만 불과 10년, 20년을 내다보지 못하고 지난 70, 80년대 한국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한 가족계획의 결과 세계적 유래 없는 저출산율과 가속화하는 고령화 문제를 풀기 위해지금 우리 사회가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외국인력 정책에 대한 대안 없이 무리한 단속과 강제추방으로 인한 외국인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짊어지게 될 짐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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