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제21대 위원장 선거가 17일 막을 내렸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지난달 28일, 단일 후보 출마설을 뒤로하고 총 4명의 후보가 등록해 '예상밖'의 4파전을 치렀던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기가 뜨거웠다.

17일 이용득 현 위원장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되긴 했지만 선거운동기간 각 후보진영에서 문제 제기했던 한국노총의 개혁방향과 비판 등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선거를 되짚어보자.

선거중지가처분 신청 등장

기호 4번 이경식 후보는 대의원 명부조차 확보되지 않는 한국노총의 선거문화를 비판하며, 선거중지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에게 선거인에 대한 동일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으며, 각 후보자들의 동의 아래 지역 합동유세 일정을 잡아놓고도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유세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비록 그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결이 선거 전에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노총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환기시킨 중요한 사건이었다.

시원하게 한 번에?

이번 선거과정에서 대의원들에게 각 후보를 검증시킬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한 예로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후보 초청 토론회가 지난 12일 <매일노동뉴스>에서 주최한 토론회가 유일했으며, 후보 합동 유세도 지난 15일 딱 한 번밖에 치러지지 못했다. 설 연휴때문에 선거운동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지만 후보 입증 기회가 부족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막바지까지 표심 다지기

선거 하루 전인 16일, 후보자들은 막바지 표심 잡기에 나섰다. 몇몇 연맹들이 서울에서 대의원 합숙을 진행했는데, 각 후보들이 합숙장소를 찾아와 후보를 알리는 마지막 선전을 펼치고 갔다고. 특히 대의원들의 모임 장소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후보가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가는 등 그 열정이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10분은 너무 짧아

17일 한국노총 대의원대회에서 4명의 후보들은 마지막 유세를 펼쳤다. 각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 10분이 지나면 마이크는 자동으로 꺼지게 돼 있었다. 4명의 후보들은 모두 이 마지막 기회에 온 힘을 쏟아부었는데, 하고 싶은 말을 다하기에는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은 후보도 있었다. 장대익 후보와 이경식 후보는 위원장의 포부와 한국노총 개혁 방향을 설명하다가 10분을 넘겨 마이크 없이 생목소리로 남은 말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후보의 목소리가 너무 우렁차 마이크가 꺼졌어도 대의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내용은 무리없이 전달됐다. 한편 이동호 후보는 노총 개혁을 역설하며, 힘차게 환호성을 지르자고 대의원들을 선동하면서 마이크에 대고 큰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똑같습니다"

이경식 후보는 후보 연설에서 하나의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똑같습니다"가 바로 그것. 이 후보는 "한국노총이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뭐가 있느냐"라며 "똑같습니다.", "단위노조 위원장, 산별 위원장, 지역본부장, 3선, 4선 위원장들이 위원장을 해왔지만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 "똑같습니다"라며 변화하지 않고 있는 한국노총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번호가 거꾸로야!

후보자들의 최종 연설 뒤, 대의원들의 임원선거 투표가 진행되자 일부 대의원이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투표용지의 후보자들 이름이 1, 2, 3, 4번의 순서로 돼있지 않고 4, 3, 2, 1의 순서로 돼있는 것을 지적한 것. "투표용지에 번호를 거꾸로 써놓는 게 어딨어!"라는 비판이었다. 또 700여명의 대의원이 한 번에 투표를 진행함에 따라 혼란이 가중되자 대의원 번호 순서대로 호명해 투표용지를 나눠주라는 등 빠른 선거 진행을 위한 항의도 있었다.

위원장 후보들, 한 곡 추실까요?

이용득 위원장 당선 뒤, 나머지 3명의 후보와 이 위원장은 함께 단상에 올라 손을 잡고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때 사진기자들이 사진찍기를 무척이나 곤혹스러워했다는데…. 바로 단상 뒤에 붙어있는 "댄스스포츠 교실"이라는 현수막 때문이었다. 따라서 위원장 후보들은 졸지에 댄스스포츠 교실의 수강생이 되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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