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자 본지에 게재된 장화익 노동부 비정규직대책과장의 기고문에 대해 반론문이 들어왔다. 노동부의 주장과 달리 정부 입법안이 차별금지나 보호의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내용이다. <편집자주>
 
소위 비정규직 보호법안(파견법 개정안 및 기간제 보호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의 왜곡이 심각한 지경이다. 노동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법안이 비정규직 보호에 전혀 도움이 안 되며 비정규직 남용을 조장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아쉬운 것은 기성 언론에서도 ‘노동계의 반대가 있다, 파견업종을 확대한다‘ 정도만 보도할 뿐 이 법안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요 언론들은 노동부의 홍보자료와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서 ‘차별이 금지되며',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하는' 법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있으나 마나 한 차별금지 규정

노동부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차별금지 규정 신설이다. 보수언론은 "차별금지 규정 때문에 큰 일"이라고 걱정부터 늘어놓는다. 그러나 이 규정은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하는데 아무런 효과도 없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계약직이나 파견직에 대해 차별적인 처우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가능한 정규직 노동자’가 없다면 차별 자체가 성립할 수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업무와 정규직의 업무 자체가 구분돼 있거나 설사 유사한 업무를 하는 경우에도 정규직이 관리직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차별의 성립 자체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심하게 융통성 없고 무능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이 정도 규정쯤 쉽게 피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노동부는 정말 모르는 걸까. 그런 사용자들이 걱정된 건지 친절한 요령까지 빠뜨리지 않는다. 고용형태에 의한 임금격차만을 분석해야 하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업무 구분을 명확하게 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노동부 설명자료에 나와 있다.
 
불법파견 규제 불가능해져
 
이 정도면 노동부의 사기도 범죄의 재구성 수준이다. 파견 적용 대상(제조업 간접부서 지원부서라는 명목으로 허용됨), 허용기간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면 불법파견에 해당할 사업장을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 현재도 노동부, 법원의 법 해석 때문에 불법파견으로 인정받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자유화를 해놓으면 불법파견 진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런데도 큰 선심이나 쓴다는 듯 불법파견 처벌을 강화했다고 한다.
 
3년이 지나도 해고된다

노동부는 3년 이상 근무하면 계약직이라도 해고가 제한되는데 무슨 악법이냐고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만을 이유로 당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다’는 법안(제4조 제2항)을 보면 그럴 듯하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과연 ‘정당한 이유란 무엇인가‘이다. 법원이 해석하는 계약갱신 거부의 ‘정당한 이유’의 범위가 넓을수록 이 조항은 유명무실해진다. 안타깝게도 현재 법원과 노동부는 근로계약갱신 거부가 정당한 경우를 정규직에 비해 매우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다. 이미 1년 또는 2년, 3년을 근무하기로 노동자 스스로 동의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만큼 일반 정규직노동자에 대한 해고 사건을 따질 때보다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법원, 노동부의 입장이다.
 
노동부가 이런 판례 경향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기간제 남용을 억제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노동부는 법원의 법해석을 바꿀 자신이라도 있어서 이렇게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직접고용 간주규정 삭제를 어찌 설명할 것인가

노동부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를 ‘명문화’했다고 주장한다. 입법예고안은 3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로 규정한다. 법률만큼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없다. 이렇게 되면 현행 파견법의 ‘간주규정’에서 후퇴하여 사용사업주의 ‘의무규정’이 되는 것이어서 사법상의 효력이 현저히 약화된다. 어떤 사용사업주가 과태료 물고 말지(최대 3000만원) 직접고용을 하겠는가.
 
위 내용은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설명할 것일 뿐 그 밖의 문제점은 더 많다. 이런 법안을 어떻게 비정규직을 위한 법안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9/10일부터 인터넷 포탈싸이트 ‘다음’에서는 파견법 확대를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하고 있는데 70%에 가까운 국민이 반대하고 있으며, 토론게시판에는 현재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분노가 넘쳐나고 있다. 비정규직의 분노와 고통을 외면한 채 국민을 호도하는 소위 ‘비정규직 보호 법안’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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