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노동부가 공개한 비정규보호입법안에 대해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가 이 법안을 만든 취지와 내용을 소개하는 아래의 기고문을 보내왔다.<편집자주>


지난 9월10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법안의 핵심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남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비정규직이 이미 우리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고용형태로 자리잡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산업이 생겨나고,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고용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라 기업도 유연성 위주의 인력운용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선진국에서는 고용창출, 실업대책 차원에서 적절한 보호를 병행하여 활성화해 나가는 경향이다.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을 보더라도 이러한 점이 분명히 부각돼 있다. 각 유형별 공익위원안의 첫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기간제 근로가 노동시장 내 중요한 고용형태라는 현실을 감안하되, 그 남용에 대해서는 적절히 규제하여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 “단시간근로는 근로조건의 보장과 단시간 고용의 활성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한다.”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도모한다.” 즉, 비정규직이 없어져야 할 사회악이 아닌 불가피한 고용형태로서 적절한 보호와 규제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올바르게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안은 그간의 노사정위 논의결과와 외국의 사례, 우리나라의 현실,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감안하여 마련한 것이다. 특히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을 최대한 존중하고 유럽의 입법례를 참고하였다.(일본 극우정당이 통과시킨 입법례에 따랐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물론, 정부안이 최선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향후 입법과정에서 정부안을 중심으로 더 논의되고 더 좋은 대안제시가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부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일부 내용을 가지고 무작정 문제있는 ‘악법’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향후 건전한 토론을 이루어가자는 차원에서 그 동안 제기된 사항 중심으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정부안이 비정규직 양산법이란 주장이다. 정부안은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이며 비정규직 양산법도, 억제법도 아니다. 차별 없이, 남용 없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처음부터 제한하는 등의 방식은 고용감소 등 부작용이 너무 크므로 채택하지 않았다. 정부안에 따를 경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가 신설됨에 따라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한 비정규직 고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목적으로 한 기간제고용에 대해서도 3년만 허용하므로 기간제고용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반면, 파견대상 확대는 파견근로자의 고용을 증가시킬 것이나, 인건비 절감차원의 파견근로 활용은 제한될 것이다. 경활인구부가조사를 보면 기간제·단시간 근로자가 400만명, 파견근로자 10만명이다. 최근 비정규직이 증가추세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정부안에 따른 차별금지와 남용규제는 분명히 불필요한 비정규직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정부안 때문에 비정규직이 양산된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다음으로 정부안이 재계입장에 치우친 안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안 중에서 파견대상 확대를 제외하고는 경영계에 부담이 되는 내용이다. 차별금지를 명문화해 사법적으로 구제받을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에 더하여 노동위원회를 통한 행정적 준사법절차를 마련하고 불이행시 과태료를 최고 1억원까지 부과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행정적 시정절차는 유럽국가에도 없다. 대부분 법원을 통해 해결토록 하고 있다.

그 동안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에 대한 법령상 제한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3년 이내로 제한된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1년간 허용되던 기간제 근로를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아니다. 파견근로도 불법파견시 처벌강화(1년 이하 징역 → 3년 이하 징역),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명문화(금지업무 파견 시에는 즉시 직접고용, 3천만원 이하 과태료 등) 등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였다. 파견기간은 기간제 근로에 맞추어 3년으로 연장됐으나 휴지기간이 3개월로 설정됨에 따라 경영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밖에 근로조건 서면명시의무, 파견계약내용 서면고지 등 절차적 규제도 신설되었다. 노동계의 요구수준에 미흡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행 제도와 비교할 때 명백히 노동계에 유리한 안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노동계와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미 노사정위를 통해 충분히 논의했고, 작년에 양 노총 관계자들과도 수차례 협의했다. 파견대상 업무를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이미 지난해 9.4 노사관계 개혁방안에서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해 9.15 비정규직공대위에서 노동부장관 면담시에도 논의된 바 있다. 노동계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 하여 협의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제, 정부가 입법예고를 했으므로 정부안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입법방향을 공론화해 나가고자 한다. 노사단체의 건설적인 의견개진을 기대한다. 다만, 당장의 이해관계나 가시적인 효과보다는 멀리 내다보면서 대승적인 자세를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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