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화물노동자의 파업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것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화물노동자가 작업개시 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만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ILO는 350차 이사회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안을 채택한 사실을 14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공개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2022년 11월 안전운임제 연장과 확대 시행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간주했고, 본부의 파업을 불법 ‘집단운송거부’라며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본부는 같은해 12월 정부의 대응이 ILO 기본협약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와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를 위반한 것이라고 제소했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본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위원회는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자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에 노출된다”며 “2022년 11월24일과 12월8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연대본부의 권리뿐만 아니라 파업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본부는 그해 11월24일 0시부터 파업에 돌입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번 집단운송거부가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까지 초래한다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에 근거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고 압박했다. 같은해 12월8일 정부는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철강·석유화학 분야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권고에서 “단지 작업명령 개시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에 형벌을 부과하는 것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 조사 과정에서 제출된 조합원의 명단은 절대적 기밀이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조합원 명단 제출 요청과 관련해 화물연대 조합원 정보의 절대적인 비밀을 보장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자로 간주되는 자영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라는 권고도 했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정부가 화물차 운전사와 같은 자영 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이익을 증진하고, 방어하기 위해 완전히 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를 사실상 부정했다. 노동부는 권고안이 나온 직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이번 결사위 권고에서는 우리나라의 ILO 협약 위반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며 “결사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직접적인 제재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LO 비준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정부는 ILO 기본협약 87·98호 협약을 2021년 4월 비준해 이듬해 4월 국내에 발효됐다.

노동부는 “정부는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인 제87호 및 제98호 협약을 비준한 국가로서 결사의 자유 원칙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결사위 보고서의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결사위의 취지와 달리 한국 정부가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노사단체 및 국제사회 등이 오인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정부는 법률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활동은 보장하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며 “결사위의 권고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거나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오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통해 ILO에 반영을 요구하는 한편, 그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이행 노력과 개선된 점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