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박홍배(52·사진) 금융노조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에 도전한다. 교육부문 영입인재인 백승아 전 교사노조연맹 사무처장, 전략공천을 받아 안산 지역에 도전하는 박해철 전 공공노련 위원장에 이어 민주당이 이번 총선서 수혈한 세 번째 한국노총 출신이다. 민주당에서 당선안정권에 배치하기로 하면서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순번에서도 앞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노동개혁이라는 말로 포장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과 사용자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이려는 정부에 맞서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당선 후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한국노총·노동계와 국회 사이 가교 구실을 하고, 지역구 의원이 지역민을 만나듯이 노동자·현장과 소통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노조에서 총선 출마 각오를 들었다.

그는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시절 사외이사후보 추천 주주제안 등 금융부문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노동이사제 현실화를 추진해 노동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연장과 페이밴드제(호봉상한제) 폐지, 엘제로(L0)로 불리는 저임금직군 경력 추가인정, 성과급 지급 등 네 가지 요구안을 내걸고 19년 만의 전면파업을 성사했다.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 8천500명이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파업전야제를 개최한 광경은 지금도 회자된다. 금융노조 위원장에 당선한 그는 이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맡아 한국노총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소리를 냈다. 현재 민주당 노동위원장도 맡고 있다.

-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까닭은.
“정치 세력화는 한국노총, 그리고 노동계가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기본 방향이다. 고 김금수 선생은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이 노동조합의 기본 임무라고 얘기했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많이 나와야 민주주의 발전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왜 하필 이번 시점이냐는 부분을 두고 사실 고민을 제일 많이 했다. 시급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간 보여줬던 노동정책·금융정책이 너무나 심각하고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대목에서다. 노동개혁을 말하면서 노조탄압 위주의 정책을 폈다. 노조의 돈줄을 죄었고, 노조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건설노동자를 개인사업자화 하는 등 탄압에 주력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말하며 86%, 또는 88%의 미조직 노동자를 대변하겠다고 말하고서는 장시간 노동과 직무·성과급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밀어붙였다. 단체행동은 제약하고 비정규직은 양산하는 방식의 사용자 편향 정책을 줄곧 얘기하고 있다. 사용자 편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사용자로 쏠리게 만드는 시도를 중단시키고 노사관계 지형을 변화시키는 데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한국노총 출신 노동자이면서, 금융부문에서 오래 생활해 왔다. 어떤 정치 활동을 하고 싶은가.
“상당히 고민된다. 한국노총 동지들한테 더 빚이 많냐, 또는 금융노조 조합원들과 동지들한테 더 빚이 맞느냐의 문제일 것 같다. 한국노총 대표 선수로서 지역구 후보가 아니라 비례대표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빚이 절대 적지 않다. 금융노조 동지들에게는 위원장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빚이 많다. 이 점에 대해 노조 내부에서 우려와 비판도 많았다. 노동부문 비례대표로서 금융노조 조합원, 한국노총 조합원, 한국의 전체 노동자를 위해 일해야 한다. 당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 또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자 한다. 앞서 국회에 먼저 진출했던 선배 의원과 이번에 함께 도전하고 있는 전임 전국노동위원장(박해철 전 공공노련 위원장)과 잘 상의해서 구멍이 나거나 겹치지 않게 역할을 하겠다.”

- 노동자 후보, 노동자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세 가지 목표를 세우고 있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법을 관철하는 것, 정부·여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악법을 막아 내는 역할, 그리고 현장과 소통하면서 현장을 보호하고 함께 투쟁하는 역할이다. 구체적으로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과 상병수당 도입을 우선 과제로 꼽고 싶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혹은 약화 시도와 노동시간 유연화를 저지해야 한다. 정당이 여럿인 상황에서 다른 정당과 의원을 설득하고 연대해서 노동개악이 이뤄지지 않도록 중심도 잡아야 한다. 지역구 의원이 주민을 만나듯이, 현장 목소리를 상시로 들을 수 있는 소통창구 필요성도 공감하고 있다.”

- 윤석열 정권은 노동·교육·연금 분야를 3대 개혁으로 지목하면서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개혁을 말하며 5세 입학과 수능킬러 문항을 화두로 제기했지만 오판이었음이 확인됐다.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올바른 연금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노동문제는 앞의 두 가지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적어도 노동에 대해서는 이 정부가 확실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1석 이상이 되면 많은 부분을 밀어붙일 것이다. 노동시간 확대, 기간제 사용사유 확대, 쟁의권 축소,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삭제와 같은 노동개악을 목표로 삼고 있다. 거기에 더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같은 방안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범여권 전체가 법 개정을 밀어붙일 수 있는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인지, 야권이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금융노조가 반대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도 여권이 과반을 확보하면 당장 속도를 낼 것이다.”

- 정부가 노동 분야에서 자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노동자 후보, 노동자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민주당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당은 2012년 한국노총과 시민·사회단체와의 공동 창당으로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우리는 이 참여를 지분 보장 방식의 정책연대라고 부른다. 독자정당 방식만을 정치세력화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국노총은 조금 다른 길을 걸어 왔다. 한국노총 선택에 대한 판단은 역사적으로 언젠가 다시 재조명될 것이다. 공동 창당으로 민주당에는 노동에 대한 특별한 배려 체계가 마련돼 있다. 노동권리당원, 대의원, 지명직 노동최고위원이다.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는 한국노총에 사실상 위임해 운영되고 있다. 국민의힘 또는 노동자 정당을 표방하는 진보정당들도 갖추지 못했던 상시기구로서 노동위원회의 위상을 갖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당은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이라는 무기도 만들었다. 이들 의원은 부문별로, 산업별로 그룹화해서 한국노총 각 현장 조직과 연대해 왔다. 22대 총선 후 3기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을 빨리 조직해 노동부문에서 대정부 투쟁 전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노동계와 연대전선도 두텁게 쌓아야 한다. 당선하면 그 역할을 하겠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 한국노총 정치방침 논의가 한창이다. 이르면 다음주께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예상되지만 큰 근간은 반노동자 정당 또는 반노동자 세력 심판이라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누가 봐도 어떤 정당을 심판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정치방침이 관철될 수 있도록 저도 역할 할 것이다.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선언이 아닐 수도 있다. 노조는 대중조직이고, 대중 속에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분들이 계신 것을 감안하면 좋겠다. 대중조직의 여건에서 최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향(정치방침)을 설정하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된 노동자는 지난 2년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와 노조에 했던 일들을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정치방침에 충실히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

- 민주당 비례대표 이름으로 거론된 이후 금융노조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는데.
“총선 전략을 고민하고,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죄송했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남아서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서운해하거나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 매우 죄송하다.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은 매우 감사하다. 다소 긴 기간에 걸쳐 토론과 숙의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 차분하고 진지하게 장시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일상적 투쟁활동을 함께 하면서 금융노조의 전통과 역사·저력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총선에서 당선되면 앞서 걱정하셨던 분들, 서운하셨던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4년의 활동으로 보여드리겠다. 먼저 정치세력화에 나섰던 선배들보다 더 잘하겠다. 진짜 열심히 하겠다.”

- 민주당과 한국노총의 관계는 앞으로 어떠해야 하나.
“현장에서 만나는 한국노총 조합원 중 민주당에 서운함을 느끼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평상시 인간적인 교류나 연대·소통·활동 측면에서 민주당이 부족한 점이 있다. 우리가 부족하면 반노동 정책을 펼치고 노조를 죽이려고 하는 세력의 설자리가 생긴다. 당내 정치인들이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 지역본부·사업장, 산별연맹 등과 상시로 소통을 하면 좋겠다. 저의 큰 바람이다. 지명직 최고위원 시절 공개발언을 준비할 때면 한국노총을 비롯해 노동계 전반과 두루 소통하려 노력했다. 노동현안을 점검하고 필요한 발언을 내놓기 위해서다. 이 자세를 잊지 않으려 한다. 현장과 더욱 소통하는 민주당이 되도록 역할하고 싶다.”

- 총선에 임하는 각오는.
“고심 끝에 선택한 길이다. 최선을 다해 반드시 당선되고, 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 개인적으로 역량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한국노총과 금융노조가 뒤에서 지켜 주고 있다. 총선을 계기로 당과 노동계, 당과 한국노총의 관계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키고 싶다. 노동 동지들과 우리의 가족, 우리의 일터를 위협하는 정치 집단을 표로 심판하자고 절실하게 호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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