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항공우주제조업 원·하청사와 경상남도가 상생협의체를 꾸려 협력업체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상생협약 체결을 위한 논의는 조선업과 석유화학·자동차업종에 이어 네 번째인데,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최초 지역단위 이중구조 개선 사업

고용노동부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표이사 손재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대표이사 강구영), 경상남도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에서 항공우주제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정식 장관과 최만림 경남 부지사, 손재일 대표이사, 강구영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하청사 대표로 미래항공·삼우금속공업 대표이사가 함께했다.

공동선언문에는 항공우주제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하청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기술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논의를 통해 상생협약의 구체적 내용이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5월 중 상생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항공우주제조업은 자동차산업처럼 다단계 하청구조다. 항공기 완제기 제조업체에 1~3차 하청사들이 단계적으로 부품을 제작·납품하는데 주로 경남에 집중돼 있다. 1천819개 사업장에서 2만6천명이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우주제조업 매출액 중 75%가 경남에서 발생한다.

이번 공동선언에 따르면 원청사는 △하청노동자 근로조건 개선 △하청사 숙련인력 확보 △하청사의 기술경쟁력 제고 △공정거래 관계 등 안정적인 경영환경 조성, 하청사는 △자사 노동자 근로조건 향상·역량 강화 △연구개발·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노동부와 지자체는 협약 이행을 위해 각종 재정지원을 한다. 노동부는 올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예산을 증액 혹은 신설했다. 지자체가 해당 지역 주력산업의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상생협약 체결·이행을 주도하면 노동부는 하청노동자의 희망공제, 사내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확대와 같은 사업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경남·항공우주제조업은 지역단위 이중구조 개선사업의 첫 대상으로 20억원이 넘는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기업의 자발적 협력 강조하지만 …

이정식 장관은 “원청과 협력사 간 상생은 법률적 규제나 타율적 강제로 해결될 수 없다”며 “자발적인 협력이 실현되고 관행화할 때 지속가능하다”고 상생협약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상생협약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하청사가 상생협약을 체결하면 1차 하청사 182곳이 협약을 적용받는다. 항공우주제조업 사업장 1천819개 중 10%에 불과하다.

조선업의 경우 지난해 2월 △원청의 적정기성금 지급, 하청의 임금인상 △숙련 중심 임금체계 개편 △에스크로 결제 제도를 활용한 임금체불 예방 등에 합의했지만 이행은 더디다. 하청노동자 노동조건이 일부 개선됐지만 업황 개선·구인난에 따른 영향이 크다. 특히 원·하청 임금격차와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발을 떼지 못했다. 이해관계자 간 지난한 논의가 필요한데, 원청의 의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를 이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수과정주임교수는 “기업들이 이중구조 개선의 의지가 크지 않은 것이 가장 문제”라며 “상생협약 논의에 응하는 곳들의 공통점은 업황이 어렵거나, 협력업체에서 인력 수급이 어려운 경우들로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협력업체 복지를 개선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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