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조선업에 이어 석유화학업계 상생협약 체결을 추진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대책의 일환인데 일부 기업·산업 중심으로 체결되는 노사 상생협약이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동부와 롯데케미칼 원하청사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만나 ‘석유화학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공동선언문은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향상하고, 하청업체의 기술경쟁력·생산성 향상, 원·하청간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원·하청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롯데케미칼 원·하청사와 전문가, 정부 관계자가 모여 상생협약 체결을 위한 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진행한다. ㈜두본과 ㈜우진고분자가 다른 협력업체를 대표해 논의에 참여한다.

석유화학업계는 다른 산업 대비 하도급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22년 고용형태공시에 따르면 석유화학업의 소속 외 근로자는 21.3%로, 전체 산업 소속 외 근로자 비중(17.9%)보다 높다. 제조업도 18.8% 수준이다.

이정식 장관은 “상생과 연대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사의 자율적 협력이 이뤄질 때 이중구조의 해결이 가능하다”며 “롯데케미칼과 협력사의 상생모델이 다른 기업이나 업종·지역 단위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조선업 상생협약 사례를 다른 산업에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상생 선언문 채택, 나아가 협약 체결로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롯데케미칼은 “협력업체 근로자의 복리후생 증진 및 안전 강화 등 근로조건 개선, 협력업체의 숙력인력 확보 등 협력업체와의 상생렵력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한다”고 약속했지만 온전히 기업의 선의에 맡긴 것으로 강제력이 없다.

노동부는 “정부는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석유화학산업의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 구조 형성을 위해,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과 실천협약의 이행에 상응해 필요한 제반사항을 적극 지원한다”고 약조할 뿐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하청노동자의 처우개선의 근본적인 해법은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거부하고 있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도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같은 대중적 처방이나 단순히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노조법 개정은 현장의 큰 혼란을 초래할 뿐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노사 ‘자율’을 강조했다.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은 “조선업 상생협약에서 확인했듯 실효성과 구속력 없는 협의 절차를 통해서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조건, 노동 3권이 형해화된 상황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실질적인 조치로서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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