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한 음주운전자가 배달노동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운전자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탓에 큰 공분을 낳으며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음주운전이나 신호위반 차량에 배달노동자가 다치거나 죽는 일은 매우 특이한 운전자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한 일이 아니다. 당장 어제(7일)만 해도 대구에서 음주 상태에서 배달노동자를 친 후 도망친 운전자와 조력자를 경찰이 검거했다. 지난해 연말에도 청주와 인천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에 배달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중한 부상을 입었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비슷한 사례를 끝도 없이 찾을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지난 여름 이후 벌써 세 차례나 음주운전 및 신호위반 차량에 의한 배달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과 성명을 냈다.

잔인한 24시간 사회

음주운전, 혹은 음주 상태에서의 신호위반과 뺑소니 사고가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편리함을 위해 장시간·야간노동을 요구하는 24시간 사회다. 음주운전은 단연 밤에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24시간 운영하는 각종 배달전문점이 성행해 왔다. 24시간 배달을 위해 일반배달대행의 경우 교대제를 통해 심야조를 따로 운영하고, 쿠팡이츠나 배민커넥트 같은 대형 플랫폼도 이른 아침과 심야시간대로 운영시간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고의 62%가 주간에 일어나며, 버스나 화물의 경우에는 주간에 사고가 발생하는 비율이 70% 이상이다. 반면 이륜차나 택시의 경우는 다른 경향이 나타난다. 이륜차의 경우 주간사고가 전체 이륜차 사고의 52%로 낮과 밤에 일어나는 사고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 법인택시의 경우는 심지어 야간사고가 주간사고보다 30% 정도 더 많은데, 이는 개인택시와도 다른 양태이다. 개인택시의 경우 야간사고 건수가 주간사고보다 12% 정도 적다. 야간에 운행을 중단하는 개인택시와 교대제로 운행하는 법인택시의 차이가 사고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밤에 도로에서 일한다는 것은 피로도가 높아지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훨씬 더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것이다.

승용차가 지배한 도로

현재 한국의 도로가 서로 다른 특성의 차량들이 어우러져 다니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점도 언급해 둘 문제다. 한국 도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차는 승용차로 등록 차량의 82%를 차지한다. 이륜차는 전체 등록차량의 약 8%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자전거나 퍼스널 모빌리티 등으로 운송수단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차량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법이라는 약속된 규칙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다른 운송수단의 특성과 운행방식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측이 불가능한 위험한 운전, 난폭한 운전에 대해서는 이를 유도하는 산업 구조적 원인을 개선하고 개인적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가 필요하다.

도로를 함께 달리는 시민ㆍ노동자의 책임은?

하지만 여기에 더해 안전한 도로를 위한 제도, 교육, 문화도 필수적이다. 대형 화물차, 버스와 오토바이가 같은 차로를 달려야 하는 지정차로제, 제1종 보통 운전면허만 있으면 별다른 교육이나 연수 없이도 125씨씨 오토바이를 몰 수 있는 면허제도에 대해선 이미 오랜동안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배달에 많이 쓰이는 오토바이가 125씨씨이다보니, 배달 일을 시작하면서 오토바이를 처음 타는 경우도 생긴다. 자전거가 가장 대표적인 교통수단인 네덜란드의 경우 초등학교에서 실제 도로에서의 주행을 포함하는 교육이 의무이며, 이민자들에게도 자전거 교육을 별도로 진행한다. 자전거 의무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은 도로체계와 교통법에 대해서 익히는 것은 물론 자전거, 자동차, 보행자가 뒤섞인 교차로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 물론 경제적 인센티브라는 구조적인 문제 앞에서 문화와 교육만으로 도로안전을 달성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럼에도 도로를 함께 달리는 시민으로서, 노동자로서 서로가 상대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한 방법을 찾는 시작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수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수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sumin_park@kli.re.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