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노조

지난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지역을 조사해 보니 소상공인과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비스연맹이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이다.

소상공인 80% 업종전환 혹은 폐업

경북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는 지난해 2월과 5월 각각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현재 국민의힘이 지자체장인 서울시 서초구와 동대문구도 지난달부터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통산업발전법과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지자체장 재량에 달려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2 3항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공휴일 중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공휴일이 아닌 날로 의무휴업일을 정하려면 이해당사자가 합의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2022년 규제완화 1호 대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를 지목하면서 국민의힘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의무휴업일 변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대구시는 6개월 뒤 “대구시 내 전통시장의 매출액이 대형마트 휴업을 유지하는 경북의 다른 지역보다 증가했고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구시의 이 같은 조사 결과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병국 인천대 교수(무역학)는 “대구시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신용카드 빅데이터만을 활용했으며 통계청의 소비판매액지수 통계와 비교했을 때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기 전후 대구시의 슈퍼마켓·잡화점 및 편의점 같은 골목상권 판매금액은 부산시, 경북 전체, 경남 전체에 비해 감소 폭이 컸다.

더 큰 문제는 중소규모의 소매업체가 직접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유 교수는 의무휴업일 변경 전(2021년 9월~2022년 9월)과 의무휴업일 변경 후(2022년 9월~2023년 9월)기간을 비교해 보니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뒤 소매업체 유지율이 훨씬 낮았다고 밝혔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기 전에는 소매업체 86.2%가 가게를 유지했는데 바뀐 뒤에는 가게 유지율이 20%에 그쳐 80%에 해당하는 업체가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했다는 것이다.

마트 주변(500미터 이내 및 1킬로미터 이내를 각각 조사)의 소매업종 간 차이도 분명했다. 유 교수는 “대형마트의 판매품목과 보완관계에 있거나 내구재, 취미오락 등의 업종은 증가했다”며 “대형마트 판매품목과 대체관계인 소비재 업종 중 음·식료품 및 종합소매는 크게 감소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내몰렸다”고 밝혔다.

청주 노동자 워라밸 불만족 ‘70%→96%’로 뛰어

대형마트 주변의 골목상권뿐 아니라 마트 속 노동자들의 삶도 바뀌었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청주의 이마트·홈플러스 노동자와 서울의 이마트·홈플러스 노동자를 비교해 설문조사를 했다. 청주시의 의무휴업일이 바뀌기 전(서울 94명, 청주 55명)과 바뀐 뒤(서울 67명, 청주 33명)의 스트레스와 갈등 지수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노동자들의 스트레스와 삶의 만족도가 모두 악화했다. 청주시 노동자 중 직장생활과 사적인 삶의 충돌로 갈등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휴업일이 바뀌기 전 56%에서 60%로 증가했다. 삶과 일의 균형, 즉 워라밸 만족도에서 불만족한다고 답변한 이는 70%에서 96%로 26%포인트 늘었다. 서울의 노동자가 같은 기간 1%포인트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조건희 활동가는 “면접조사에서도 청주지역 응답자들은 의무휴업일 변경 과정에서 마트 노동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데에 대해 회사와 지자체에 불만과 분노를 비쳤다”며 “건강 악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어 향후 회사·지자체·노조의 관심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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