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건설노조 주최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노조탄압이 건설현장 노동안전보건에 끼치는 영향 토론회. <정기훈 기자>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 풍동2지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형틀목수로 일한 A씨는 건설사에 휴게실이 미비하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더위에 취약한 현장 특성상 그늘막이나 이동식 에어컨이 필요하고, 급수시설을 현장에서 가까운 곳에 마련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원청 건설사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자 A씨는 언론에 현장실태를 제보했다. 같은해 6월 기사가 나가고 이틀 만에 A씨는 하청업체에서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아 계약해지됐다.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건폭몰이’ 이후 건설노조 조합원이 현장 안전과 관련한 문제제기를 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합원들이 움츠러들고 현장에서 채용 거부 등으로 밀려날수록 노동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위험한 현장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응답자 절반 “노조탄압 이후 안전사고 빈번”

건설노조는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조탄압이 건설현장 노동안전보건에 끼치는 영향’ 토론회를 열었다. A씨 동료 이영춘씨는 “노조탄압 이전에는 현장의 불법사항을 지적했을 때 개선의 여지가 있었는데 탄압 이후에는 해고까지 되는 상황”이라며 “건설현장은 점점 안전을 지킬 수 없는 곳으로 돼 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권 집권 이후 건설현장 노동환경은 악화되고 더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노조가 지난 8~9일 조합원 2천6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윤 정권 집권 이후 건설현장 노동안전보건 상태’와 관련해 “위험해졌다”고 답한 응답자가 56.4%로 절반 이상이었다. 안전과 직결되는 불법도급 정도도 응답자 10명 중 7명(71.8%)이 “만연해졌다”고 답했다.

노조탄압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노조탄압 이후 안전사고 발생 정도’와 관련해 “빈번해졌다”고 답한 경우는 50.9%였다.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위험 발생시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35.9%가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해 봐야 안되니까”(34.9%), “건설사 눈치가 보인다”(34%), “노조탄압 여파로”(22.6%) 순이었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노조탄압의 여파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포함한 노조활동이 위축되고, 정부가 나서서 ‘무리한 요구’로 바라보고 대응하면서 건설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려도 참고 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건설사업자단체
“노조 무분별한 신고행위 수사의뢰할 것”

건설사측에 개별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안전신문고’ ‘국민신문고’ 같은 제도적 신고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조합원 B씨는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안전신문고에 추락방지망 미설치 같은 불법행위 등을 신고했는데 영등포경찰서에서 ‘민원대상자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니 건설노조 불법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조사가 필요하니 출석해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또 다른 조합원 C씨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건설폐기물 분리 보관 의무 위반 등 민원을 접수했는데 원청 직원에게 ‘무슨 억하심정으로 민원을 넣은 거냐’고 묻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모 지역 건설사업자단체는 해당 지역 사업자들에게 공문을 통해 “건설노조의 현장작업방해 행위(무분별한 신고행위)에 대해서도 수사의뢰할 것”이라며 회원사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공익신고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공개하는 것은 범죄행위이고 헌법상 기본권인 청원권 침해”라며 “교섭요구와 조합활동을 공갈·협박으로 낙인찍고 대대적 수사를 하고,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안전한 작업 요구를 불법으로 간주해 무더기로 행정처분을 내리려고 했던 사건과 궤를 같이 하는, 노조탄압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 국회토론회 자료집
건설노조 국회토론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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