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보험설계사 노동자 간 단체교섭이 난항이다. 사측에서 노조활동을 사전 승인받도록 하는 안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인 보험설계사 노조활동을 통제해 노조가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지회장 김태은)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사측은 3일 오전 33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했다. 2021년 1월 보험설계사 최초로 설립된 지회는 임·단협 교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막농성 505일 만인 2022년 7월에야 기초협약을 체결했고, 이후 1년6개월 가까이 본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은 공전 중이다.

“소속 사업장 외 노조활동 3일 전 신청서 내라”
“업무시에는 자유롭게 드나드는데, 노조 확산 막나”

핵심 쟁점은 ‘홍보활동 등 보장’ 항목이다. 사측은 시설관리권 존중이란 명분 아래 ‘보험설계사 사업장 내 노조활동 표준규칙’을 제시했다. 노조에 가입한 보험설계사 및 상급단체의 임원이 사업장에 출입하는 절차를 규정한 내용이다. 전국 500여개 지점이 있는 상황에서 노조 간부의 소속 사업장 외 홍보활동을 사전 승인받으라는 취지다.

사측이 노조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보면 조합원이 사업장 내 노조활동을 원하는 경우 출입 일시·장소·목적·방문 대상자 등을 적은 출입신청서를 3일 전 사측에 제출해야 한다. 사측은 출입 목적이 정당한 노조활동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 사전 승인을 받은 경우에도 사측은 노조활동의 중지 또는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 조합원이 불응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김태은 지회장은 “이례적인 통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회장은 “사측은 정규직은 취업규칙이 있으니 보험설계사도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자영업자라서 사측 책임이 없다고 할 땐 언제고 노조활동 관리·감독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도 업무활동을 하며 다른 사업장을 자유롭게 드나든다”며 “2만명 보험설계사의 노조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사측 요구 받아들여야 다른 쟁점 협상”

사측은 지난해 여름 이러한 규칙을 제시했고, 다른 쟁점도 이 규칙 수용을 전제로 엮어 교섭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지회 설명이다.

또 다른 쟁점은 근로시간면제 항목이다. 사측은 보험설계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며 근로시간이 없기 때문에 근로시간면제 또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회가 활동지원금으로 명칭을 바꿔 수정안을 냈지만 사측은 노조활동 사전 승인 규칙 인정을 선행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단체협약조차 체결되지 않아 임금협상은 제자리 걸음이다. 보험설계사의 임금에 해당하는 위탁수수료에 대해 노사가 협의한다는 내용까지 합의됐다. 다만 사측이 보험설계사 관리직인 영업팀장의 수수료를 제외하는 안을 들고나와 지회 반발을 샀다. 영업팀장의 경우 개별 계약보다 관리업무에서 받는 수수료 비중이 큰 데 관리업무 수수료의 경우 계약서조차 없는 상황이다. 사측이 관리직과 일반직을 갈라놓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사측 관계자는 “교섭 중인 사항은 교섭장에서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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