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서비스노조 한화생명지회가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기초협약 체결 보고 및 본교섭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런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어요. 그새 정이 들어 천막 일부를 먼저 철거하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지난해 3월3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앞에서 천막농성을 했던 한화생명 소속 한 보험설계사의 말이다.

27일 오전 한화생명 보험설계사들이 한화생명의 일방적인 보험상품 판매 수수료와 환산율을 삭감한 데 반발해 설치했던 천막을 손수 걷었다.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지회장 김태은)는 63스퀘어 앞에서 기초협약 체결 보고 및 본교섭 승리를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512일 만에 농성을 해제했다. 이들은 20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기초협약을 체결하고 사용자쪽이 새로 마련한 노조사무실에서 본교섭을 이어갈 계획이다.

부침이 많았다. 사용자쪽이 교섭에 응하지 않아 교섭이 번번이 무산됐다. 출범 초기 2천500명에 달했던 조합원도 감소했다. 그새 지회장이 교체되는 아픔도 겪었다. 초대 지회장인 김아무개 전 지회장은 이날 결의대회에 참여해 “조합원을 믿지 못해 지회장을 관두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고, 잘못을 깨달아 백의종군하고 있다”며 “어떤 순간에라도 서로를 믿는 것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말했다.

김갑선 지회 수석부위원장은 “보잘것없이 초라했던 천막은 보험설계사의 노동 3권을 보장하라는 사용자를 향한 항거의 장이었고 우리를 거리의 투사로 만든 훈련장이었다”며 “우리의 요새였고 투쟁의 근간이었던 천막을 우리 손으로 걷지만 507일이라는 시간만큼 낡은 천막은 우리 기억에 영원하고 투쟁의 역사도 쉼 없이 흐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은 아니다. 지회 설립 단초가 된 일방적 수수료·환산율 책정에 대한 개입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본교섭은 시작도 못한 상태다. 다음달 초 사용자와의 실무교섭이 예정돼 있다. 지회 교섭을 줄곧 보조한 이승현 노조 부위원장은 “63빌딩 앞에서 (기초협약 체결까지) 507일간 천막농성을 하면서 이제야 노조가 맞다는 인정투쟁에 승리했다”며 “이제 보험설계사 노동자로서 노동권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회는 △보험설계사 수수료 환산율과 수수료 규정 변경시 노조와 협의 △생명보험·손해보험 환산성적 합산 평가 △출근수당 1만원 지급 △보험계약 수수료 삭감하는 유지율 제도 폐지 △갱신 수수료·수급 수수료 보험료 납입 기간 중 계속 지급 △정기분급형 수수료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이익 규정 삭제 △보험설계사 과실 없는 보험계약 실효·해약 환수 등 불이익 규정 삭제 △해촉 보험설계사에 모집수수료·생산성 수수료 지급 및 수급계약 이관받은 보험설계사에게 고객서비스 수수료 등 전액 지급 등이다.

이재 기자
▲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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