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대상판결 :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0도15393 판결

2018년 3월20일 개정된 근로기준법 2조1항에는 기존에 없던 문장이 새로 담겼다.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문장이다. 당연하게 보이는 이 문장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50조1항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1주’의 의미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해석의 분분함 덕분에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우리나라 법상 근로시간은 1주 68시간(일시적으로는 1주 64시간)을 상한으로 한다는 행정해석이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1주는 7일이라는, 우스울 만큼 당연한 문장이라는 것은 법의 한 문장, 한 단어, 한 글자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2023년 12월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을 통해 법에 한 문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 53조1항, 즉 연장근로시간의 상한에 관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50조1항에 따라 1주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한다. 53조1항에 의해 1주간에 12시간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1주 최장근로시간은 총 52시간이다. 이 점은 분명할뿐더러 이견이 있을 수 없다. ‘1주’의 해석에 대한 문제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해결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문제는 근로기준법 50조2항이 규정하는 1일 근로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이다. 근로기준법 53조1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는 근로기준법 50조1항의 1주의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50조2항의 1일의 근로시간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53조1항이 ‘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해 50조2항의 근로시간을 규율 대상에 포함한 것은 당사자 간 합의하면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1일 연장근로의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1주간의 연장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삼는 규정을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에서 두고 있다(53조2항, 51조, 52조). 하지만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의 1주간 합계에 대한 규정은 없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약 5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사업지원서비스업(건물관리, 세탁, 청소 등)을 하는 사용자가 근로자와 합의 없이 주당 근로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시켜 근로기준법 110조 벌칙(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형사사건이다. 근로자들은 3일 근무에 1일 휴무 방식으로 근무했다. 대체로 1주 5일 근무, 일부 주는 3~4일 혹은 6일을 근무했다. 근무일에는 전부 8시간 이상을 근무했는데, 문제가 된 것은, 예를 들어 근로자가 1주 4일 일하면서 1일째 12시간, 2일째 11시간30분, 3일째 14시간30분, 4일째 11시간 30분과 같이 일했다면, 이 근로자의 총 연장근로시간은 몇 시간인지에 대한 계산법이다.

상식적으로 계산하면 이 근로자는 1일 8시간이라는 근로기준법 50조2항의 법정근로시간 이외 1일째 4시간, 2일째 3시간30분, 3일째 6시간30분, 4일째 3시간30분을 연장근로한 것이므로, 1주간 이루어진 총 연장근로시간은 17시간30분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근로자에게 연장근로를 요구한 것이 된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 보면, 근로기준법 53조 1항은 1주의 연장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므로, 총 연장근로시간은 1일 단위가 아닌 1주 단위로 계산돼야 한다. 즉 근로기준법 53조1항을 위반해 총 12시간 이상 연장근로가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경우 매일의 연장근로시간을 더한 값이 아닌, 1주간 총 근로시간을 계산한 후 근로기준법 50조1항에 따른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값이 1주간의 총 연장근로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계산법에 따르면 해당 근로자는 1주간 총 49시간 30분 근로를 제공했고, 이중 근로기준법 50조1항에 따른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9시간 30분을 총 연장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이 해석하면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53조1항을 위반하지 않은 것이 된다.

쟁점과 해석

대법원이 취한 해석은 후자다. 근로기준법 50조가 의미하는 근로시간은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실근로시간이다. 근로기준법 53조는 분명히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의 해석이 문리적 해석에 부합한다. 그리고 연소자 근로시간제에 따른 1일 연장근로시간 제한(근로기준법 69조), 출산 후 여성근로자에 대한 1일 연장근로시간 제한 규정(근로기준법 71조)을 고려한다면 사실 대법원의 해석이 현행법을 보다 잘 해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사건이 사용자의 근로기준법제 위반을 이유로 하는 형사사건임을 고려하면 형사적 유무죄를 판단에 있어 법원은 법 조문상 규정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넘어서 해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1일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법규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근로기준법 50조2항은 1일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기는 하지만,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 50조1항과 마찬가지 구조다. 근로기준법 53조1항은 “당사자 간 합의하면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에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은 50조1항이나 2항 모두에 적용된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1주는 7일(!)이다.

이러한 특이점에 따라 이번 판결은 형사사건에서 근로시간법제 위반의 죄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사사건도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사사건에서는 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면 충분하기 때문에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 초과 여부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을 것이다.

전망

문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법제상 1일 총근로시간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고, 앞으로 연장근로시간 몰아쓰기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근로시간 유연화가 도모되는 분위기에서 이번 판결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우회해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사용할 가능성을 제시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은 일반적으로 1일 근로시간 제한을 둔다고 목적론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로기준법 50조의 법정 근로시간제의 목적, 근로기준법 53조의 연장근로시간 제한의 취지, 나아가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47호 협약(근로시간협약 2011년 비준)의 1주 40시간 원칙에서 말이다. 특히 ILO 47호 협약은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적용되는 주 40시간 원칙”과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조치를 취하거나 촉진하는 것”을 회원국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1일의 근로시간 제한은 없지만, 1주 40시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 가운데 1일의 연장근로시간 제한은 관계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47호 협약과 함께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30호 협약(상업 및 사무직 근로시간협약, 한국 미비준)은 1일 1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제한하기도 한다. 다만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죄를 묻는 형사사건에서는 이런 목적론적 해석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는 1일의 근로시간을 원칙적으로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1일의 총근로시간에 대한 제한을 별도로 두지 않은 현행 근로기준법 문제가 이 사건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야간근로나 장시간 근로 문제가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다. 판결의 결론은 매우 안타깝지만, 야간근로나 장시간 근로를 규제하는 것은 법원이 아니라 법이 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일깨워준 판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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