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노조에 고유번호(일종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올해 10월~12월 납부한 조합비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어 논란이다. 노조 고유번호 제출 의무는 법률 근거가 없다. 최근 노동부는 “누락된 법정사항을 추가”하겠다면서 노조의 고유번호를 노조 현황조사 항목에 추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는데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다.

1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조합원 1천명 이하인 기업노조 A는 최근 “조합원 1천인 이하 사업장은 회계공시를 하지 않아도 종전과 같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 고유번호 또는 대표자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으므로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한 노동지청에서 받았다.

지난 10월 시행된 개정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는 회계공시를 해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1천명 미만 노조는 회계공시를 하지 않아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A노조 조합원이 1천명 미만이다. 그런데 노동부가 법률 근거에도 없는 정보를 노조에 요구하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배경은 정부의 무리한 개정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추진이다. 개정 소득세법 시행령 80조7항2호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국세청장에 ‘노동조합 회계공시 결과 확인서’를 송부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신설한 ‘노동조합 회계공시 결과 확인서’ 서식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해당 서식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노동조합 명칭뿐 아니라, 소속된 총연합단체 명칭, 소속된 연합단체 명칭, 소속된 단위노조 명칭, 조직단위, 조합형태, 사업자등록(고유)번호 등을 기재해 국세청장에 제출해야 한다. ‘사업자등록(고유)번호가 없고 대표자 명의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에는 대표자 주민등록번호도 적어야 한다.

노동부는 현재 회계 공시대상 노조뿐 아니라 비공시 대상 노조에도 일일이 고유번호를 알려 달라고 요청하는 중이다. 노조에 유사한 명칭이 많고, 같은 명칭도 달리 쓰는 등 혼선이 많은 상황에서 실제 등록된 노조인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노동계가 현행 노조법상 근거가 없는 무리한 정보 요구라고 주장하는 것들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노동조합 정기현황조사 서식에 ‘총연합단체명·연합단체명·단위노조 노조명칭’ 등을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자 위헌 입법이라며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노조법 13조2항은 연합단체에게만 변경된 규약내용과 임원 성명, 연합단하부조직과 하부조직 조합원수를 기재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위법령이 상위법령이 정한 범위를 넘어선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회계 미공시 대상 기업 노조에 고유번호를 강제하는 것”이라며 “노조 설립신고 의무가 없는 산별노조 하부조직은 규모에 관계없이 노동부 등록을 강제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국장은 “회계공시 대상이 아닌 하부조직에 고유번호를 등록하라는 것은 산별노조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명백한 산별노조 탄압이며, 산별노조 단결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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