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세액공제 제외·국고지원사업 제외’를 앞세워 노조를 압박했던 회계공시에 대상 노조 91.3%가 참여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노조별 수입규모·지출비중 등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의 대외 공개만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노조를 주제어로 삼은 흥밋거리 만들기에 정부가 열을 올렸던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천명 이상 노조 91.3% 회계공시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시기간(10월1일∼11월30일) 동안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산하조직 739개 중 675개(91.3%)가 회계를 공시했다. 한국노총 가맹노조의 공시율은 94.0%, 민주노총은 94.3%로 나타났다. 미가맹 노조 공시율은 77.2%로 양대 노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노동부는 회계공시를 바탕으로 전체 노조의 총수입과 총지출, 노조별 수입과 지출, 노조별 지출 항목 등을 소개했다.

회계공시를 한 1천명 이상 노조는 지난해 총수입은 8천424억원, 노조당 평균 수입은 12억5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수입을 항목별로 살펴봤더니 조합비 수입이 7천495억원(89.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자수익 등 기타수입 691억원(8.2%), 수익사업 수입 127억원(1.5%)이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지원하는 보조금 수입은 63억원(0.7%) 수준이었다. 이 밖에도 조합비가 가장 많은 노조, 인건비 지출 규모와 비중이 높은 노조 등도 따로 설명했다.

회계공시 결과 발표와 관련해 이정식 장관은 “노조의 적극적인 참여로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이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노동운동에 대한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높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으로 투명성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에 한국노총 관계자는 “오늘 노동부가 내놓은 회계공시 자료 중에서 노조회계 투명성을 높일 항목은 찾을 수 있느냐”며 “흥미 위주의 가십거리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는 내용이고, 각 노조에서 이미 회계처리하는 상황을 그냥 공개한 것뿐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이걸 보고 노조 투명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도 없거니와 조합원·비조합원이 노조를 선택하는 데 활용할 만한 자료도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추가자료 요구, 노조 자주성 침해로 이어질 수도”

노동계는 회계공시 이후 정부의 추가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공시 내용 중 사업비 항목을 구체화해 요구하는 등 노조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추가 자료 제출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건비 지출 내역을 살펴본 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개정 논의에 활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노동계가 애초 우려했던 ‘노조 자율성 침해’라는 잠재적 불씨가 지펴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회계장부 미제출을 빌미로 국고보조금 지원 사업에서 한국노총을 배제한 바 있다. 한국노총이 노동부 지원을 받아 진행했던 노조간부 교육·정책 개발연구·법률상담구조·국제교류사업 예산을 올해 집행하지 않았다. 안전보건공단은 2023년 안전문화 확산 공모사업의 수행단체로 한국노총을 선정했으면서도 회계장부 미제출 사건이 불거지자 교부금을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한국노총이 회계공시를 했지만 정부는 회복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